[보험 이야기]보험설계사의 마술 같은 화술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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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달러 원탁회의(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라는 게 있다. 실적이 좋은 보험설계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국제 모임인데, 연간 신(新)계약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2006년 기준으로 6426만 원을 넘어야 한다. 신계약 수수료가 이 정도라면 설계사 연봉은 대체로 1억 원 이상이다.

국내에는 이런 ‘MDRT 설계사’가 수천 명에 이른다. 이들은 고객들이 솔깃해할 말을 잘한다. 처음 본 고객이 선뜻 보험에 들 때도 많다. 상품 설명 10분 만에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업계에서 화제가 된 임한기 씨도 MDRT 설계사다.

임 씨는 최근 펴낸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이란 책에서 설득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만의 노하우는 △고객 상황을 활용하라 △압축해서 당당하게 말하라 △거절 못하게 말하라 △심리 변화를 유도하라 △상대방의 반응을 읽어라 △때로는 침묵하라 등이다.

2002년 하사관학교 훈련생 700명을 대상으로 10분간 종신보험을 설명할 때 임 씨는 생도들이 처한 상황을 십분 활용했다. 당시 종신보험에는 30, 40대 직장인들이 주로 가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큰 소리로 ‘어머니’를 외쳐 보라”고 해 생도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뒤 다쳤을 때 마음 아파할 부모님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이렇게 보험을 권한 결과 400여 명이 계약했다고 한다.

마음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심리 변화를 유도하라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마음은 고객의 가치관이어서 잘 바뀌지 않는 반면 심리는 순간적 반응이어서 잘 바뀐다는 것. 그는 “영화배우 김혜수가 야한 옷을 입는 건 매 순간 바뀌는 대중 심리를 감안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설득 노하우는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참고할 만하다.

하지만 소비자로선 ‘달변에 말려 엉뚱한 보험에 드는 건 아닐까’ 하고 우려하게 된다.

임 씨는 “설계사가 고객 처지에서 생애 재무설계 컨설팅을 하는지, 자신의 실적만 올리려 하는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가 보험사의 캠페인 상품만 집중적으로 홍보한다면 고객보다 실적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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