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부회장’은 1997년부터 6년간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지내면서 ‘재계의 대변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손병두(66·사진) 서강대 총장이다. 전경련 임직원들이 ‘손 전 부회장 같은 분’을 선호하는 이유를 요약하면 ‘민간 출신에, 능력도 있고, 인간적으로도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손 총장은 이런 능력과 인간적 매력으로 재계에서 폭넓은 인맥을 형성할 수 있었다.
○ 직접 인연 맺은 그룹 총수만 7명
손 총장이 직접 보좌했던 그룹 총수는 5명에 달한다. 삼성그룹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고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과 인연을 맺었고 전경련 상근부회장 시절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김각중 경방 회장과 호흡을 맞췄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과는 경복고 시절 같은 반이었고 손길승 전 SK회장은 중학교 동기다.
1일 오전 서강대 총장 집무실에서 1시간 남짓 인터뷰하는 동안에 그가 친분이 있다고 소개한 국회의원만 10명이 넘었다.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들의 이름도 거론됐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 김대중 정부 관료들과는 외환위기 때 대기업 ‘빅딜’을 하는 과정에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친해졌다고 말했다.
○ 41년간 10곳에서 직장 생활
손 총장은 1966년 전경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삼성그룹과 동서경제연구소, 한국생산성본부 등을 거쳐 지금 몸담고 있는 서강대가 열 번째 직장이다.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서 능력만 있다고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은사, 선배 등 주변의 아는 분들이 소개도 해 주고, 추천도 해 줘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옮긴 뒤에는 전 직장에 대해 나쁜 말을 하지 않았다. 삼성그룹에서 관리 담당 임원을 하다가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퇴직을 해야 했지만 삼성의 좋은 점만 이야기했다.
그는 “전경련 부회장이 됐을 때 삼성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서운하다고 삼성 욕을 하고 다녔으면 그럴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 “섬기는 자세로 사람을 대해”
회사를 많이 옮겨 다닌다고 해서 인맥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많은 ‘적’을 만들 수도 있다.
손 총장은 어떻게 사람을 대했을까.
그는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정성껏 섬기는 자세로 사람을 대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과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 중에 한 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을 선택하겠다고 한다.
손 총장은 “능력이 뛰어나도 인간관계가 안 좋아서 그 능력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며 “하지만 능력이 좀 모자라더라도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능력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서강대 총장 취임 이후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리더가 되려면 인간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손병두 총장 프로필
1966∼1970년 전경련 조사부 조사역
1970∼1972년 중앙일보, 동양방송 기획실 차장
1972∼1981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과장∼이사
1981∼1983년 제일제당 이사
1983∼1985년 미국 유학
1985∼1988년 한국생산성본부 상무이사
1988∼1995년 동서경제연구소 대표이사
1995∼1997년 한국경제연구원 대표이사 부원장
1997∼2003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2004년 3월∼2004년 9월 울트라건설 경영고문
2005년 6월∼현재 서강대 총장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