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도 의사 못지않은 전문직이에요.”
가정의학과 의사 김상희(44·여) 씨는 지난해 11월 삼성생명의 보험설계사로 변신했다.
김 씨는 “자기 분야에만 전문성을 가진 의사와 달리 설계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보험 관련 컨설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보험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경제, 사회 전반의 흐름을 읽는 눈까지 겸비해야 비로소 고객들에게 재무 설계를 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요즘 보험설계사 가운데 계약서만 달랑 들고 다니며 친인척에게 보험 가입을 강권하는 사람은 드물다.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정상태를 진단하고 자산 컨설팅까지 해 주는 설계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삼성생명의 보험설계사는 총 3만210명에 이른다.
은행 대리점 등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삼성생명의 경우 아직까지 설계사를 통한 보험 판매 비중이 82%에 달한다.
설계사 중 89%가 여성인데,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작년 기준으로 399만 원이다. 연간 1억 원 이상 소득을 올린 고소득자도 2467명에 이른다.
정년이 없다는 점도 설계사라는 직업의 장점이다.
삼성생명 설계사 10명 중 3명꼴로 경력이 10년이 넘고, 만 55세 이상인 고령의 설계사도 전체의 6%를 차지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설계사들의 학력도 높아지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학력이 대졸 이상 설계사가 22%라고 한다. 교수, 은행원, 의사 등 전통적인 고소득 직업을 버리고 설계사로 전업(轉業)한 사람도 있다.
삼성생명 설계사들의 실적은 다른 생보사 설계사보다 좋은 편이다.
연간 신(新)계약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6400만 원이 넘는 고소득 설계사들의 국제 모임인 ‘100만 달러 원탁회의(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에 가입한 삼성생명 소속 설계사는 모두 2649명으로 전 세계 보험사 중 가장 많다.
하지만 내년 4월부터 방카쉬랑스가 보장성 보험까지 확대되면 많은 설계사가 수입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연훈 삼성생명 라이프케어연구소 상무는 “고령화 추세에 따른 ‘생존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재무 컨설팅을 하는 설계사와 그렇지 못한 설계사 간의 실적 차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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