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6>삼성생명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가장이 사망했을 때 가족의 행복을 지켜 주는 자산은 꼭 필요하다. 삼성생명은 이런 보험 본연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보장자산 캠페인을 시작했다.”(삼성생명 홍보 담당자) “삼성생명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점유율을 만회하려면 리스크 측정이 힘든 연금보험이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저축성보험보다는 성장 여력이 큰 종신보험을 파는 게 유리하다. 이게 바로 보장자산 캠페인의 배경이다.”(금융감독 당국 관계자 및 삼성생명 임원) 올해 보험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보장자산 캠페인은 위기상황을 기회로 활용하려는 삼성생명의 50년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소속원들에게 ‘리딩 컴퍼니’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각인시키는 과정을 통해 기업 이익을 극대화해 온 전통이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1. 故 이병철 회장의 눈은 정확했다

1957년 5월 5일 강의수, 전중윤 등 소상공인 7명이 현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의 문을 열었다.

당시 창립 이념은 ‘후생 공제의 사명을 다하고 국민 이익에 봉사하자’였고, 지금도 이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생명보험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동방생명의 출범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직장인 대상 단체보험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동방생명은 출범 1년 6개월여 만에 생보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1963년 강의수 초대 사장 사망으로 경영의 구심점이 사라진 동방생명은 여지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동방생명을 주목해 온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사회보장이라는 공익적 기능으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업종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동방생명 인수를 지시했다. 그의 전망은 적중해 1970년대 초반 개인보험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1977년 종업원퇴직적립보험이 등장하면서 동방생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두 번째 위기는 1980년대 후반 생명보험시장의 진입장벽이 무너지고, 대외 개방이 이뤄지면서 찾아왔다.

동방 제일 교보 흥국 동아 대한생명 등 6개 생보사가 과점체제를 이루고 있던 시장구조가 국내외 33개사의 무한 경쟁체제로 급변했다. 신설 회사들이 동방생명 본사 직원과 보험설계사를 대거 스카우트하면서 영업 전략의 노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삼성그룹은 이런 위기상황에서 △브랜드명 변경 △톱 프라이드 운동 △뉴 웨이브 운동 등 3가지 전략을 추진했다.

우선 회사명을 동방생명에서 삼성생명으로 바꿔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톱 프라이드 운동과 뉴 웨이브 운동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보험 계약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경쟁사가 많아진 상황을 다른 회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삼성생명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 보험 해약금으로 하루에만 1000억 원가량이 빠져나가는 날이 많았다. 평상시 하루 해약금(100억 원)의 10배에 이르는 규모였다.

이번에는 마케팅에 주력했다.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 관련 상품 판매에 집중한 결과 1990년대 후반 시장점유율을 40%대로 높일 수 있었다.

2. 인재는 교육과 복지로 키운다

예로부터 ‘보험업은 인지(人紙)산업’이란 말이 있다.

영업하는 사람과 계약업무에 필요한 종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업무가 전산화되는 추세여서 종이의 중요성은 반감된 반면 사람의 중요성은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삼성생명의 역량은 인재 육성에서 나온다. 삼성생명의 인재 육성체계는 교육 및 복지라는 2개의 바퀴로 굴러가는 수레에 비유되곤 한다.

지난해 임직원 교육에 투입된 비용은 총 135억 원. 전체 임직원 6400여 명에게 연간 교육비로 1인당 평균 211만 원을 썼다는 얘기다.

연간 1인당 교육시간은 135시간, 1명이 이수하는 교육과정만 평균 6개에 이른다. 현재 삼성생명에는 1000개의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는데 과장급 이하 직원은 연간 80시간, 차장급 이상 직원은 연간 40시간 이상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이런 교육의 효과는 현장에서 자주 확인된다.

생보협회 소순영 홍보팀장의 말을 들어 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생보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있어요. 대부분 막연한 말만 하고 있었는데, 삼성생명 관계자가 각종 분석 자료를 꺼내 놓더니 달라질 보험 환경과 가능한 대응책을 조목조목 짚어 내더라고요.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리후생체계에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삼성의 조직문화가 배어 있다.

삼성생명은 2002년 7월까지 다른 회사처럼 콘도나 놀이시설 이용권을 제공했다.

하지만 지방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불만이 쌓이자 같은 해 8월 ‘카페테리아 플랜’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직급에 따라 복지 포인트를 450∼1050포인트까지 준 뒤 이 포인트로 학원 수강, 책 구입, 놀이공원 이용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회사 측이 직원들에게 제공한 총포인트는 392만 포인트로 약 39억 원에 해당한다.

삼성생명의 기본 급여는 근속연수 10년째인 과장 기준으로 평균 5300만 원 선. 금융권에선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든 복지 혜택 때문에 직원들의 근속 연수가 평균 11년에 이르고 있다.

3. 보장자산 상품으로 ‘4차 위기’ 대비

삼성생명 경영진은 최근 시장점유율의 하락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수입 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점유율은 △2000년 41.6% △2002년 39.4% △2004년 34.5% △2006년 31.0%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이는 외국계 및 국내 보험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저축성보험과 연금 보험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몇 년간 누적돼 온 위험 요인도 있다.

삼성생명은 1998∼2000년 여성의 요실금 치료비를 보장하는 ‘요실금 보험’ 상품을 80만 건가량 판매했다. 그런데 여성들은 질 축소 수술을 받고서 요실금 치료비를 타 가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남아 있는 요실금 보험상품은 40만 건. 요실금 수술은 건당 보험금이 500만 원에 이르러 회사로선 작지 않은 부담이다.

2003년 8월부터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은행연계보험(방카쉬랑스)가 시행되면서 보험사가 은행 측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증가한 점도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판매한 보험상품 가운데 방카쉬랑스 판매 비중이 6.8%로 2003년 9월(1.5%)의 4.5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이런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혁신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4차 위기’에 대한 대비책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9월로 돌아가 보자.

“전장(戰場)을 바꿔 봅시다. ‘보장자산’ 어때요?”

이 사장은 이상용 개인영업본부 상무를 은밀히 사장실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이 상무는 “수십 년간 영업하면서 보험은 사망 후를 ‘보장’하는 ‘자산’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해 왔지만 사장이 이걸 새로운 용어로 정리하는 걸 보고 머리가 띵했다”고 한다.

이어 “지금이 삼성생명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생보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온 삼성생명의 생존 전략이 이번에도 먹힐지 주목하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최근 삼성은 상품 개발보다는 마케팅 힘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며 “외국계와 후발 주자들이 신상품을 대거 내놓는 상황에서 점유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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