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회사원 최모(33·서울 서초구 반포동) 씨는 최근 2000만 원을 거치식 펀드 2개에 투자했다. 최 씨는 “직접 주식투자를 해 보니 종목별로 등락이 심한 데다 시간이 많이 들어, 신경은 덜 쓰면서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펀드가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간접투자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적립식 펀드 수탁액은 국내와 해외펀드를 합쳐 모두 30조4140억 원으로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했다.
거치식, 적립식, 임의식 등 국내펀드 총 수탁액도 3월 말 현재 239조71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조 원 가까이 늘었다.
적립식 펀드는 해외펀드 환매가 늘어나면서 3월 한 달 동안 판매액이 1조17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7월(1조2153억 원) 이후 월별 증가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자산운용협회 김정아 실장은 “적립식 투자는 1∼2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자본시장을 떠받치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최만연 마케팅본부장은 “과거에는 3개월, 6개월 단위로 펀드를 갈아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1년 이상 투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금이 몰리면서 주식, 채권뿐 아니라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을 비롯해 해외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3월 한 달 동안 늘어난 적립식 펀드 금액 중 재간접형이 41.6%를 차지했다.
한우펀드, 물펀드 등 투자 대상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지역도 국내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인도 유럽 등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펀드 운영 구조보다 ‘과거 수익률’만 보고 특정 펀드로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삼성투신운용 양정원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펀드 증가자금 중 70∼80%가 특정 해외 지역으로 쏠려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펀드에 가입할 때 상품 자체보다는 유통망에 휘둘리는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회사인 운용사의 펀드를 밀고, 판매 수수료 확보를 위해 투자자에게 수시로 다른 펀드로 갈아탈 것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선진국에서는 적립식 펀드 투자를 10년 이상 하는 사람이 많고 투자금액 중 해외펀드 비중은 대개 20% 미만”이라며 “한국 투자자들도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환매하기보다는 투자 기간을 더 늘리고 국내와 해외펀드 비중을 6 대 4 정도로 조절해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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