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휴대전화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팬택 계열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하고 있던 3월 30일 팬택앤큐리텔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직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팬택 계열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회사를 떠난 것은 채권단이 임원급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회사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장은 자신이 그만둠으로써 채권단에 팬택 계열의 ‘구조조정 의지’를 알려 주려 했던 듯하다”며 “그는 회사에 누가 될 것을 우려해 자신의 용퇴(勇退)를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1995년 삼성전자에서 애니콜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탁월한 휴대전화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그는 삼성전자 무선개발팀장으로 재직하며 애니콜 휴대전화의 원형을 만들었으며 단순히 통신기기로만 생각하던 휴대전화에 패션 개념을 도입했다.
2000년 8월부터 1년 동안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수 중이던 이 사장은 10여 차례나 찾아와 설득한 박병엽 부회장의 ‘십고초려(十顧草廬)’를 받아들여 2001년 9월 팬택 계열로 자리를 옮겼다. 박 부회장은 이 사장을 영입한 뒤에도 사석(私席)에서 ‘선배님’으로, 술자리에선 ‘형님’으로 부르며 존중했다.
이 사장은 팬택 계열 해외총괄 사장으로 취임한 후 해외시장 개척을 지휘하며 ‘팬택의 세계화’를 주도해 왔다. 그는 ‘잘못된 결정(bad decision)이 결정하지 않는 것(no decision)보다 낫다’는 지론 아래 스피드 경영을 강조했다. 또 내수 시장을 놓고 ‘친정’인 삼성전자와의 정면 승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휴대전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팬택을 통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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