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프롬은 자산 가치로 세계 10대 기업에 들어가는 러시아 독점 기업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가스는 세계 시장의 25%가 넘고 매출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10%가량을 차지한다. 한국과의 자원 거래에도 점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지난해 10월 액화천연가스 14만5000m³를 한국으로 수출했다. 일본 회사가 갖고 있던 가스를 사들여 한국에 되판 것이지만 한국 수출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08년 하반기부터 한국이 러시아 사할린에서 수입할 연간 150만 t(국내 소비량의 6%)의 천연가스도 이 회사를 통해야만 들여올 수 있다. 러시아가 가스프롬을 유일한 수출 창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스프롬의 1분기 순이익은 26억 달러(약 2조4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다.
가스 회사의 실적 저조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겨울 날씨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다른 전문가들은 러시아 조세 문제를 지적한다. 천연자원 투자 기관인 루시카피탈 알렉세이 로크빈 수석 연구원은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겨울 가스 가격이 5개월 동안 바닥에 머물러 가스프롬의 실적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국제 시장에서 가스 판매가는 석유 가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루코일 로스넵티 TNK-BP 등 러시아 굴지의 석유회사가 석유 가격 하락으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가스프롬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금 문제 때문에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견해도 있다. 러시아 기업은 천연가스 석유를 수출할 때 세금을 낸다. 그런데 세금 부과 기준은 보통 3개월 전 순이익이다. 가스와 석유회사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올 1분기 세금도 많았다는 것이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런 세금 부과 방식을 ‘쿠드린의 가위’라고도 부른다.
그렇지만 공룡 기업의 장기 전망을 비관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러시아 민간은행인 알파방크 알렉산드르 코르닐로프 수석연구원은 “가스프롬이 2분기(4∼6월)에는 세금을 적게 물고 석유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승 기류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쿠드린의 가위
쿠드린은 러시아 재무장관의 이름. 그가 세금을 가위로 오리듯이 자의적으로 부과한다고 해서 나온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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