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애를 키워 장가보내려면 70살까지는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어요? 자녀가 초등학교 졸업할 나이인 주변 친구들이 그래요. 도대체 언제 다 키울 거냐고." 이 '늦깎이' 아빠는 이 때문에 예쁜 자식을 보면서도 걱정부터 앞섰던 겁니다.
지난해 전국의 출생아 수가 6년 만에 증가하고 합계출산율도 3년만에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나왔습니다. ▶본보 4월20일자 A1·12면 및 5월8일자 A13면 참조
정부도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반색했죠.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뻐하고만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출산율 반등의 주역은 이른바 'IMF(국제통화기금) 세대'로 불리는 30대입니다. 이들의 뒤늦은 결혼과 출산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제는 '늙은 엄마와 아빠'가 앞으로 아이들을 무슨 돈으로 키우느냐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회에서 양질의 노년층 일자리는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나이 들어서까지 직장에 몸담고 있기는 더더욱 어렵고요. 오죽하면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녀 대학 학자금까지 주는 '좋은 회사'에서 일하더라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는 얘기가 오갈까요.
그래서 적절한 노인 일자리 대책이 동반되지 않는 한 이번 출산율 상승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늦둥이를 본 부모들이 노후의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계속 아이를 낳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겠죠.
결국 출산은 그 나라의 경제 사정과 소득의 문제입니다. 출산 축하금 수십만 원을 준다고 해서, 또 보육시설을 좀 더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출산율이 올라간 것은 아주 기쁜 소식"이라며 "원인을 잘 분석해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각 부처에 당부했습니다. 올바른 정책은 단순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에 있습니다. 안정적인 경제 운용과 고용 촉진만이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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