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트 46평형을 분양받은 A 씨는 “아이들도 크고 해서 좀 더 넓은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했는데 기존에 살던 아파트가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아파트 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시장 자체를 죽이는 정책은 가격 불안 못지않게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만2013건이었던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3월 절반도 안 되는 6만9848건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인 3월(10만7286건)과 비교해도 65% 수준이다.
특히 경기도는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 11월 5만4811건에서 올해 3월 1만6888건으로 70%나 급감했다.
이처럼 아파트 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좀 더 나은 집으로 옮겨 가려는 실수요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40평형대 아파트를 산 C(44) 씨는 5년 전부터 살던 중랑구 신내동의 30평형대 아파트가 3월까지 팔리지 않아 결국 2주택자가 됐다.
살던 집을 팔지 못하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새 아파트에도 빈집이 늘고 있다.
부산 등 지방에서는 아파트 계약자가 중도금 이자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건설사가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계약을 해지당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중도금 이자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현지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 교수는 “집값이 안정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좀 더 나은 곳에서 살려는 실수요자들의 주거 이동 기회를 막는 정책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수요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실종되면서 부동산 중개업소 등 관련 업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E공인 김모 사장은 “2월부터 최근까지 3개월간 아파트를 한 건도 중개하지 못했다”며 “매달 앉아서 사무실 임차료 등 고정비용 500만 원을 까먹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등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 개발 PF는 금융회사가 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시행사에 사업성과 미래에 발생할 수익 등을 담보로 초기 토지 매입 자금을 빌려 주는 것.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지난해 말 현재 109개 사)의 지난해 말 현재 부동산 개발 PF 규모는 2005년 말에 비해 약 2배로 늘어난 11조2660억 원으로 총대출의 26.7%에 이른다.
그러나 PF 연체율이 지난해 6월 5.8%에서 주택경기가 급랭한 12월 10.3%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실제 연체율은 통계보다 훨씬 높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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