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2일자 A2면 참조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커져
미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는 합의 이튿날인 11일 “FTA 합의 수정 요구의 수용 및 거부는 각 나라에 달렸다”면서도 “수정 거부 결정 때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의회가 비준에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한국 이외에도 파나마 페루 콜롬비아 등 3국과 양자 FTA 협상을 마쳤고 의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앞둔 상태다.
수전 슈워브 USTR 대표도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FTA 협상 타결 국가는 물론이고 향후 FTA 협상 과정에서도 노동과 환경 조항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전했다.
한미 협상 과정을 잘 아는 통상전문가는 “미국의 요구가 명확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미국의 요구가 지엽적이라면 큰 틀에서 수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 4월 2일 합의했고 6월 말 양국 대통령이 서명한 뒤 양국 의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남겨둔 한미 FTA가 이번 ‘신통상원칙’ 때문에 결정적 변화를 맞게 될 개연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통상전문가의 지적이다.
핵심 조항인 환경 및 노동 문제에서 한국이 이미 국제 수준의 법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높은 인건비 땅값 물가를 고려할 때 노조의 지지를 받는 미 민주당이 걱정하는 ‘미국 기업 공장의 한국 이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복제약품의 지식재산권 문제와 분쟁 발생 때 보상 방안에서 한미 합의 내용과 다른 원칙이 일부 눈에 띄지만, 한국 정부가 이런 사안을 새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슈워브 대표도 복제약품 분야에선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만이 우선 적용 대상이며, 한국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의 보호무역 정책을 주도하는 일부 지도부는 USTR에 서한을 보내 “한미 간 자동차 공산품 농업 및 서비스 시장에서 체계적인 무역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찰스 랭걸 하원 세입위원장 및 샌더 레빈 세입위 무역소위원장이 보낸 서한은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의 환경 및 노동조항 개선을 정식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주석(note)’을 통해 거론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재협상 요구 우선순위 및 명분이 약하다는 사실을 내비쳤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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