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생필품이지만 최근 우유 값 상승률은 기름 값 상승률을 뛰어넘는다. 탈지분유 가격은 최근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파운드당 1.68달러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가격의 7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액상우유 선물(先物) 가격도 작년에만 63% 올랐다. 유제품을 사용하는 치즈, 피자, 초콜릿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때 재고가 쌓여 소비촉진 캠페인까지 벌어졌던 우유의 공급이 줄어든 데는 미국과 유럽의 농업보조금 정책이 바뀐 탓이 크다. 정부가 농업보조금을 줄이면서 축산농가들이 우유 생산을 줄인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에탄올 생산을 위해 옥수수 재배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면서 다른 농업분야의 보조금을 줄이거나 폐지했다. 연료탱크 용량이 94.5L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에탄올을 채우려면 옥수수 202kg이 필요하다. 이는 한 사람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래서 에탄올을 대체에너지로 쓰는 데 따른 유가(油價)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옥수수를 사료로 하는 가축과 유제품에 대한 충격은 큰 것이다.
▷수요 확대도 우유 값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다. 저개발국에서 선진국을 향해 갈수록 우유 수요는 증가한다. 중국과 인도가 대표적인 예다. 우유가 모유(母乳)의 대체품이 될 만큼 소비의 저변이 넓어진 지금, 우유 값 인상은 석유 값 인상만큼이나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래도 석유와는 달리 우유에는 대안(代案)이 있다. 우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좋은 엄마 젖이 있으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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