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룡’ 포털, 콘텐츠 문어발 확장… 웹 생태계 파괴”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6분


《“삽질(퍼오기)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한다.” 한국 포털 업체의 현주소에 대해 한 인터넷 업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포털들이 사이버공간의 여기저기서 퍼온 불법 복제 콘텐츠를 자사의 사이트 안에 쌓아둔 뒤(퍼오기의 사회화) 누리꾼들을 폐쇄적인 포털 사이트 안에만 머무르게 하면서 광고 매출을 올린다(이익의 사유화)는 것이다.》

○ 열린 검색이 아닌 닫힌 검색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포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닫힌 검색’이라는 지적이 많다.

세계 최대 검색 업체인 구글이 검색 결과의 페이지 링크를 통해 이용자들을 빠르게 원하는 정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는 구실을 하는 데 비해 국내 포털의 검색 결과는 지식in, 카페, 블로그 등 자사의 울타리 안에 있는 정보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검색 방식은 원래 부족한 한글 콘텐츠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웹 문서의 대부분이 영어로 돼 있어 국내 포털은 한글 콘텐츠를 모으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한글 웹 문서를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포털이라는 공간 안에만 쌓아 두려고 해서 문제라는 것이다.

네이버가 언론사의 뉴스를 네이버의 울타리가 아닌 언론사 사이트에서 볼 수 있도록 아웃 링크를 걸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러한 정보의 독점과 폐쇄성은 초등학생의 숙제부터 대학생의 리포트에 이르기까지 ‘포털의 모범답안’을 그대로 답습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 지나친 상업주의와 시장 독점

네이버와 다음, 야후코리아에는 최근 음란물이 잇따라 올라와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들이 음란물 필터링을 위해 쓰고 있는 돈은 전체 이익의 5%도 안 된다.

상업주의 역시 도를 넘었다. ‘검색 엔진’을 표방하는 국내 포털 사이트의 검색 결과는 이른바 ‘광고주 사이트’ 일색이다. 네이버의 경우 ‘스폰서 링크-파워 링크-플러스 프로’ 순으로 광고비를 낸 업체들의 사이트가 먼저 노출된다. 정작 필요한 정보는 화면 맨 아래에 처박혀 찾아 보기도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

누리꾼들 역시 포털의 검색 서비스에 불만이 많다. 실제 클릭 수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인기 검색어’ 순위에 광고성 키워드가 오르거나, 특정 집단이 검색어를 조작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블로그 사이트 ‘올블로그’는 누리꾼들의 관심사항이 포털 검색에서 누락되는 일이 빈번하다며 이달 초 네이버와의 제휴를 중단했다.

포털의 시장 독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털의 독점으로 ‘웹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포털이 뉴스 영화 게임 동영상 블로그 등 온갖 콘텐츠 영역에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해 국내 인터넷 콘텐츠 업계는 고사 직전의 상황이다.

웹 분석업체인 랭키닷컴에 따르면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 등 3대 포털이 국내 인터넷 시장(200개 대형 사이트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포털의 비대화와 대조적으로 콘텐츠업체(CP)의 몫은 날로 줄고 있다.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의 한 관계자는 “포털과 CP 간 힘의 차이로 CP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이익조차 보장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의무와 책임도 지라

최근 정부와 정치권, 인터넷 업계에서 ‘포털 업체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는 ‘막강한 권력만 누리지 말고 합당한 책임도 지라’는 것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색서비스사업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포털은 스스로를 ‘뉴미디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언론의 기능을 하고, 언론의 권리를 모두 누리면서도 ‘자의적인 뉴스 편집’이나 ‘명예훼손’ 등 사회적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언론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또 선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편향성을 띠면서도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전경웅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사무국장은 “포털의 이런 태도는 백화점이 자신들 매장에 무자격 성형외과 의사를 불러놓고 헐값에 불법 의료 행위를 하면서도 그에 따른 피해자들에게 ‘우리는 장소(플랫폼)만 제공했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전 사무국장은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의해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의 포털 메인 화면 배치를 ‘포털이 시장 지배력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권력에 집착한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지호 변호사도 “포털을 매개로 한 권리 침해를 방지하려면 포털 업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같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측은 “포털이 성장함에 따라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인터넷 분야의 특성을 감안해 지나친 규제보다는 사업자의 자율적인 노력과 이용자 계도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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