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외사업 모델 발굴 힘쓰길”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18개 은행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 대출과 신용카드 회원 유치 때 과당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이 은행장들과 회동한 것은 2004년 8월 취임 직후 가진 상견례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동은 올 8월 윤 위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은행권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간담회 직후 은행장들은 윤 위원장의 지적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일각에서는 “금융감독당국이 너무 많이 간섭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취임 때 상견례 한 이후 첫 회동
이날 윤 위원장이 은행 영업과 관련해 지적한 내용은 △중소기업 대출 과당 경쟁 △무리한 카드사업 확대 △변동금리에 치우친 주택담보대출 △과도한 은행채 발행 △해외사업 부진 등이다.
특히 최근 급증한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수요 감소로 마땅히 자금을 운용할 데가 없어지자 무리하게 규모를 늘린 측면이 있다는 게 금감위의 판단이다.
윤 위원장은 “과당 경쟁을 하면 경기 둔화 시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으로선 주택 대출이 감소하면 기업 대출을 늘리는 게 당연하다”며 “신용등급이 우량한 업체를 중심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신용 위험이 발생할 우려는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간담회에선 은행들이 카드 사업 부문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 카드담당 부행장은 “‘규모의 경제’로 효율성을 높이려면 카드사업도 어느 정도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리스크 관리 경각심 높여
이날 간담회에서 윤 위원장은 은행 영업과 관련한 평소 소신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변동금리 위주의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를 대량으로 발행하는 영업방식은 수익성이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국내시장에 국한된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해외영업도 교포를 상대로 대출하는 과거의 영업 행태에 머물지 말고 소매 금융과 투자은행(IB) 업무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은행장들 “현실 감안해 달라”
은행장들은 이날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감독당국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를 들어 해외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면 지점 설립 단계부터 현지 정부 승인 등 애로점이 많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방은행장들은 건전성 관리 기준을 한층 강화한 신 국제결제은행(BIS) 협약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것과 관련해 “은행별 특수성을 인정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당초 윤 위원장은 “은행 건전성 관리는 시장에 맡기는 게 좋다”는 평소 소신에 따라 이번 은행장과의 회동에 부정적이었지만,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간담회가 꼭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을 수용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지적사항 및 은행 측 반응 | ||
금감위원장 지적사항 | 항목 | 은행 반응 |
주택담보대출 수요 감소에 따른 반작용으로 증가 | 중소기업 대출 | 우량 중소업체 중심으로 대출해 리스크 관리에 문제 없음 |
은행 카드 부문 확대로 경쟁 심화 | 신용카드 영업 | 규모의 경제를 위해 외형 확대 필요 |
고정금리 비중을 현행보다 더 늘려야 | 주택담보대출금리 | 현 수준으로도 리스크 관리에 문제 없음 |
대규모 발행은 위험 | 은행채 발행 | 지급준비율 충족을 위해 발행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
교포 위주 영업에서 탈피해 수익모델 개발해야 | 해외사업 | ―당장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힘듦 ―해외 지점 설립 시 금감위 지원 필요 |
자료: 금융감독위원회, 각 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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