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의 고로(高爐)사업 진출에 이어 동부제강이 전기로 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제철 삼국 시대’에 들어갔다.
30년 넘게 포스코가 독점해 온 ‘종합제철사업’에 현대제철과 동부제강이 가세하면서 경쟁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등 해외 철강사들의 신증설 투자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의 대규모 시설투자는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동부제강, 회사명 동부제철로
동부제강은 최근 철강제품의 중간재인 열연제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전기로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전기로 제철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 방식과 달리 고철(철 스크랩) 등을 녹여 쇳물을 만든다.
철강산업은 쇳물에서 열연을 만드는 상(上)공정과 열연을 재가공해 냉연, 도금강판, 강관 등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하(下)공정으로 나뉜다.
냉연업체인 동부제강이 상공정과 하공정을 아우르는 종합제철사업에 뛰어든 것. 이에 따라 동부제강은 올해 하반기에 회사명을 ‘동부제강’에서 ‘동부제철’로 바꿀 계획이다.
충남 아산만 동부제강 터에 들어서는 전기로는 연 생산 250만 t급으로 총투자비가 62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사에 들어가 2009년 6월부터 열연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이수일 동부제강 사장은 “전기로 건설비용은 고로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전기로 가동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생산성이 뛰어나다”며 “산업은행으로부터 5000억 원을 차입하는데 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으로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 열연확보 비상
동부제강이 제철 사업에 뛰어든 것은 열연제품의 공급 부족 때문이다.
지난해 하공정 철강업체들의 열연제품 소비량은 2636만 t으로 2000년 2190만 t에 비해 2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열연제품 공급량은 1742만 t에서 1984만 t으로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계 철강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원자재인 열연을 확보하기 어려우니 직접 쇳물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게 국내 철강업체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세계 철강업체들이 이미 신증설을 시작한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의 시설투자는 ‘뒷북 투자’라는 우려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올해 5억1000만 t을 생산해 이 중 열연 4200만 t을 수출할 계획”이라며 “가격과 운송비 등을 고려하면 직접 생산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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