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8>신세계…튀는 맛보다 조화의 멋

  • 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신세계백화점에서 남성 캐주얼 정장 매입을 담당하는 이지혜(26) 씨는 ‘유통의 꽃’이라 불리는 바이어로 3년째 일하고 있다. 2004년 입사해 1년 동안 점포에서 세일즈 매니저(SM)와 VIP 고객 관리 등 매장 관리직을 맡으며 현장 감각을 익혔다. 이 씨가 관리하는 브랜드는 16개. 삼촌뻘 되는 제조 협력회사의 팀장이나 임원에게 때로는 목소리도 높여야 하고 수억 원어치의 상품을 책임지고 기획하고 판매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고참 바이어와 함께 두 명이 3억 원어치 규모의 캐주얼 정장을 신세계 단독 상품으로 기획했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판매에 뛰어들기도 한다.》

■ 발로 뛰는 야전 체질

〈1〉어떤 일들을 하나

이처럼 유통업은 입사 4년차 직원이 소비자의 트렌드를 분석해 수억 원의 상품을 개발하고 협력회사와 함께 일할 만큼 권한과 책임이 크다. 이 때문에 신세계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으로 ‘윤리의식’과 ‘성실성’을 갖춘 직원을 꼽는다.

이 씨와 같은 바이어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홍콩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발굴하는 일을 한다. 최근 백화점이 차별화를 위해 직매입 상품 비중을 높이면서 해외로 향하는 발길이 더 바빠졌다.

이마트 해외상품팀의 이병길(바이어) 팀장은 “할인점 바이어도 생활용품, 농수산물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해외에서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글로벌 소싱을 늘리고 있다”며 “지난해 이마트 해외 소싱 규모만 1100억 원”이라고 말했다.

SM은 매장을 관리하는 판매 책임자다. 영업 전략을 짜고 상품의 품질과 위생 상태를 점검한다. 판매 직원 및 협력업체 사원들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이들을 관리하는 것도 SM의 몫.

한 남성 SM은 “30대 초반인 나를 20대 초반의 판매직 여사원들이 아버지처럼 따른다”며 “신입 사원이 수십 명의 직원을 관리하며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는 데가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 현장을 총괄하는 ‘야전사령관’ 이마트 점장은 지방에서 유명 인사로 대접받는다.

이마트 점포 1곳이 연평균 매출 1000억 원을 올리고 6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등 국내 중소기업 규모와 맞먹는 수준인 덕분이다.

한 임원은 “고객, 상품, 매장 환경 등을 일일이 체크하며 매장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 때문에 점장 1년만 하면 몸무게 10kg이 자연스럽게 빠진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부장급인 점장에게 SM5 차량을 지원하고 지방 근무 시 32평짜리 사택을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어떤 인재를 원하나

점장에서부터 바이어, 판매 직원까지 유통맨은 소비자를 최전선에서 만난다.

이런 업종 특성상 매장 직원 1명의 실수나 불친절이 회사 전체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무너뜨린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이 ‘유통업엔 천재가 필요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사람의 천재가 수백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제조업과 달리 유통업은 어느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주어진 자리에서 모든 직원이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신세계는 풍부한 상상력과 창조력을 가진 천재보다 ‘성실’하고 ‘윤리’적인 사람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구 부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억지로 돋보이려 하지 마라”, “부부자자 군군신신(父父子子 君君臣臣)처럼 사원은 사원답게, 과장은 과장답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한 대목도 이러한 신세계의 독특한 인재상을 보여 준다.

통상 ‘갑과 을’의 관계로 비유되는 유통업체와 제조 협력회사 간의 구조도 이런 인재상을 우선시하도록 만들었다.

신세계가 1999년 국내 기업 최초로 도입한 ‘윤리경영’을 지금까지 경영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마트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세계적인 유통 대기업과 어깨를 겨루는 위치가 되면서 글로벌 역량과 감각을 요구하고 있다.

〈3〉인재육성 전략

“이병철 삼성 창업주께서 가장 힘쓴 것은 인재 육성이었다. 신세계에도 매년 더 좋은 인재들이 입사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을 뽑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뽑힌 인재들을 어떻게 육성하느냐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인재 육성 방침이다.

기본 품성을 갖춘 ‘제너럴리스트’를 뽑아서 유통의 ‘스페셜리스트’로 키우자는 게 신세계의 인재 전략이다. 이 때문에 신세계는 전통적으로 ‘유통사관학교’로 통한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 권국주 농심가 사장 등이 신세계를 거쳐 갔으며 임원뿐만 아니라 팀장급 등 신세계 출신 인력들이 다른 유통기업과 패션기업 등에 두루 포진해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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