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하락(원화가치는 상승), 고(高)유가 등 갖은 악재 속에서 거둔 성과여서 향후 기업들의 실적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1분기 실적 개선은 투자자산 평가익이 늘어난 금융업의 영향이 컸던 때문으로,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본격적인 실적 회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10대 그룹의 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
○ 금융업종 순이익 약 60% 증가
21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협의회에 따르면 거래소 상장법인 546개사의 1분기 매출액은 174조691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4조4448억 원으로 14.3%, 순이익은 13조4876억 원으로 10.1% 늘었다.
조사 대상 상장법인의 이익이 증가한 것은 금융업종의 수익성이 대폭 향상됐기 때문이다.
금융업은 1분기 영업이익 3조2312억 원, 순이익 2조97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8%, 59.1% 급증했다.
거래소 측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순이자 마진이 늘어났고, 증시 활황으로 투자자산 평가이익과 수수료 수입 증가로 금융업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은행권은 LG카드 매각 특별이익이 순이익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반해 제조업은 영업이익이 9.6% 늘었지만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6.9%로 전년 동기(6.8%)와 비슷했다. 1000원 어치 팔아 69원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사실상 1년 전 수준에 머무른 셈이다.
코스닥 상장 853개사는 올 1분기에 영업이익 8107억 원, 순이익 60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25.5% 감소했다.
○ 업종 간 양극화 현상 심해져
올해 1분기 실적의 가장 큰 특징은 업종 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는 점이다.
조선을 포함한 운수장비의 순이익이 83.0% 증가했고 철강·금속(60.4%)과 화학(56.9%) 업종도 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이들 업종은 중국 경제성장과 더불어 중국 특수(特需)를 톡톡히 누린 결과다.
이에 반해 정보기술(IT) 업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기전자업종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31.1%나 감소했다. 반도체 등 IT 제품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업종 간 양극화 현상은 코스닥시장에서도 나타났다.
환율 하락으로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여행업은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지만 IT 부품업체들은 순이익이 급감했다.
10대 그룹도 원화가치 강세와 더불어 IT 제품 가격 급락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2.9%, 순이익은 12.1% 줄어들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실적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을 치고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최근의 주가 상승세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업의 호황은 영업을 잘했다기보다 LG카드 매각 특별이익이 반영된 것”이라며 “조선 철강 화학 등 중국 특수 관련 업종의 실적이 부각되고 IT 업종은 부진해 업종별로 부침이 심했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거래소 상장기업 1분기 실적 | |||
구분 | 2006년 1분기 | 2007년 1분기 | 증가액 |
매출액 | 161조4620억 | 174조6916억 | 13조2296억 (8.2%) |
영업이익 | |||
12조6341억 | 14조4448억 | 1조8107억(14.3%) | |
순이익 | 12조2536억 | 13조4876억 | 1조2340억(10.1%) |
코스닥 상장기업 1분기 실적 | |||
구분 | 2006년 1분기 | 2007년 1분기 | 증가액 |
매출액 | 15조8602억 | 16조8456억 | 9854억 (6.2%) |
영업이익 | 8107억 | ―789억 (-8.9%) | |
8896억 | |||
순이익 | 8058억 | 6004억 | ―2054억(-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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