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와 놀부’ 형제가 있었다.
부모는 둘에게 균등한 땅을 남겨 주었지만 두 사람의 재테크 방법은 달랐다.
놀부는 ‘땅이 최고지!’라는 생각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땅을 사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흥부는 놀부와 달리 땅에 별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어느 날 흥부는 유산으로 받은 땅을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다.
이 소식을 들은 놀부는 ‘제정신이냐’며 흥부를 나무랐다. 그렇지만 흥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흥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놀부는 흥부의 땅을 사기로 했다. 나중에 딴소리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았다.
그로부터 100년이 흘렀다.
놀부의 후손은 조상님의 유지를 받들어 여전히 땅을 소중하게 간직한 채 살고 있었다. 100년 전에 비해서 땅값이 50배나 오른 덕분에 풍요로운 삶도 보장된 터였다. 이에 반해 흥부는 그의 후손은 물론 이웃들 모두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게 한 ‘흥부스럽다’는 유행어까지 만들었다.
어느 날 흥부의 후손은 흥부의 유언장에 따라 100년 전 앞마당에 묻어 놓은 항아리 모양의 타임캡슐을 열었다.
그 속에는 누렇게 색이 바랜 증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100년 전부터 영업을 해 온,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은행의 예금증서였다.
은행을 찾아간 흥부 후손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흥부가 100년 전 연 5% 금리로 만기엔 자동 연장되는 조건으로 가입한 예금의 원금이 무려 130배로 불어나 있었던 것이다.
은행 직원의 친절한 설명도 흥부 후손의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기쁠 뿐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놀부 후손들은 배를 움켜쥐었다. 100년 전에 흥부에게서 산 땅의 평가액은 겨우 50배밖에 안 올랐는데, 놀부가 건네 준 돈이 130배가 되었다니….
그야말로 ‘인생역전’이었다. 이럴 줄 누가 알았겠는가. 흥부 후손은 조상님의 현명한 선택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후 사람들은 ‘흥부스럽다’는 말의 의미를 바꿔 사용했다고 한다. 어떤 의미로 바꿔 썼는지는 독자께서 짐작하시리라.
■해설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비슷한 사례가 실제 존재했었다.
그 유명한 미국의 원주민 이야기다. 원주민들은 1626년 겨우 60길더(옛 네덜란드의 화폐 단위)어치의 물건을 받고 지금의 맨해튼 땅을 네덜란드인에게 팔았다. 세상 사람들은 원주민들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맨해튼 지역은 지금 미국, 아니 세계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니 말이다.
만약 원주민들이 그 돈을 현재의 채권 수익률에 해당되는 연 6.25%의 금리로 예금하고, 꾸준히 재투자했더라면 약 380년이 지난 지금 그 돈은 2500억 달러로 불어났을 것이다. 맨해튼 지역의 가치 평가액은 현재 2000억 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원주민의 어리석음은 맨해튼을 판 것이 아니라 받은 돈을 제대로 굴리지 못한 데 있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복리(複利)’ 때문이다. 발생한 이자가 원금에 다시 더해지고, 이 이자에 대해 다시 이자가 발생하는 계산 방법을 복리라 부른다. 이자는 원금에 더해지지 않고, 단지 원금에만 이자가 생기는 ‘단리(單利)’와 구별된다.
복리는 이자율이 높을수록, 그리고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또 이자가 가산되는 주기가 짧을수록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면 연 이자율이 5%일 때 1년에 한 번 복리 계산되는 상품에 투자했다면 100년 뒤 원금의 약 131배로 불어나지만 분기별로 복리 계산된다면 144배가 된다. 언덕 위에서 눈을 주먹만 하게 뭉쳐서 굴리면 급속도로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부자 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부자 되는 방법을 다룬 책과 강연이 인기다. 방법을 너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명 커피숍의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갑을 끊고 하루에 5000원을 절약해 매년 5%의 복리 예금 상품에 넣으면 30년 뒤 1억3500만 원이 되고, 40년 뒤엔 2억4400만 원이 된다. 한 달에 술값 등으로 10만 원씩 아껴서 같은 방법으로 예금하면 30년 뒤 8900만 원, 40년 뒤엔 1억600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물론 수십 년 동안 실천할 수 있는 결단력과 인내심을 전제로 해서 하는 말이다.한 진 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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