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21일자 A12면, 22일자 B1면 참조
▶産銀간부 거액 투자금 날린 뒤 잠적
▶産銀‘까막눈 17개월’
그는 평소 산업은행 내부에서 ‘일처리가 깔끔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의 돈을 끌어들인 무리한 투자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 ‘위험한 투기꾼’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K 지점장은 지난해 5월 본점 신탁부장으로 발령받은 뒤 사회책임투자펀드를 출시해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2월에는 직원 가운데 가장 높은 S1-1급(종전 1급)으로 승진한 것이지요. 그가 2월부터 지점장을 맡았던 지방 지점의 한 직원은 “조용한 성품으로 부하들을 부드럽게 대한 상사였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일 잘한다’던 K 지점장은 올해 초부터 일을 거의 못 했다고 하더군요. 이때 이미 원금을 많이 잃어 큰 고민에 빠진 걸로 보입니다.
K 지점장은 왜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을까요. 아마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신탁부장 재직 당시 알게 된 주식 및 부동산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면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낸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적 이익을 위한 투자를 못 하도록 한 내부 규정이 있었지만 본인이 신고하지 않는 한 감사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점도 무리한 투자의 배경이 된 듯합니다. 산은 관계자는 “직무 연관성이 없는 개인적 사건”이라면서도 “은행 생활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알게 된 정보로 사적 이익을 취했는지는 내부 감사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하더군요.
현재의 내부통제 장치로는 이와 유사한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업 간 장벽이 허물어져 자칫 내부 정보를 이용하려는 유혹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일부 금융전문가는 “현 상태로는 부정한 이익을 탐하는 ‘제2, 제3의 K 지점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자통법 시대’라는 전환기를 앞두고 금융권과 감독당국이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 한 가지가 더 생긴 셈입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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