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양호]서남권을 ‘FTA 시대 거점’으로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0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고 유럽연합(EU)과의 협상도 시작됐다. 머지않아 한중일 간에도 자유무역 공동체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글로벌 FTA 시대에 국제교역 거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주요 국가들은 고민 중이다.

한국은 글로벌 FTA 시대의 거점을 국토의 서남권에 우선 구축해야 한다. 서남권은 전남 목포시 무안군 신안군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강점을 잘 활용하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열강의 교점 역할만 하면 변방으로 남을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강점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서남권이다.

한반도의 왼쪽에 형성되는 경제권의 핵심국가인 중국은 인구 13억 명에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2조3000억 달러다. 중국에는 연간 550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직접투자가 유입된다. 그 투자를 흡인하는 핵심지역은 상하이(上海)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경제권은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커다란 활 모양을 이룬다.

이웃 일본은 인구 1억3000만 명에 연간 GDP가 5조 달러다. 일본과 중국을 포함하는 경제권이 한반도 남해안을 따라 또 하나의 활 모양을 그린다. 한반도 서남부의 꼭짓점인 서남권은 한반도 서쪽의 활과 남쪽의 활이 만나는 곳이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면 어장이 생기듯, 서해안 축과 남해안 축이 만나 모이는 곳이 서남권이다. 그곳에 세계 경제의 자유화 물결을 타고 기회의 황금어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서남권의 기회가 대한민국의 기회요, 나아가 한반도의 기회다. 그 기회를 낚을 튼튼한 배와 강력한 그물이 필요하다. 그물을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서남권의 잠재력을 전략적으로 잘 결합해 정책적 지원을 제대로 하면 국제적 경제 거점으로 만들 수 있다. 목포 국제항을 자유항으로 하고, 무안 기업도시를 한중일 국제 기업 활동의 천국으로 만들고, 한반도 다도해 지역의 출발선인 신안군의 아름다운 섬과 바다를 살려 해양관광레포츠의 국제기지로 만드는 등,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비록 지금은 이 지역이 낙후되어 있으나 미래의 국제적 교역과 교류의 거점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우선 서남권 발전의 기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전략에 대해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말로만, 행정지침으로만 이렇게 나가자고 해서는 안 된다. 제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제도의 으뜸은 법률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가칭 ‘서남권발전특별법’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업을 안정적이며 범정부적으로 지자체와 지역주민, 기업이 파트너십을 이뤄 추진하기 위해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서남권의 개척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그 기회의 황금어장을 ‘21세기 한국 전략 요충’으로 삼아 개척해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와 지역주민은 서둘러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다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박양호 국토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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