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式민주주의’의 역설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4분


포스코가 인도 오리사 주에 추진 중인 제철소 투자 규모는 120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 규모. 인도의 해외투자 유치 역사상 최대 규모다.

그런데도 포스코는 현지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포스코 사례를 들어 절차를 중시하는 인도의 민주주의와 지역 농민들의 반발이 인도 정부의 해외투자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철소가 들어설 땅에는 모두 450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들은 공산당 간부이기도 한 압하야 사후 씨의 주도로 마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소중한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 없다. 포스코와의 어떤 협상도 반대한다”며 제철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가 “적절한 보상을 해 주겠다. 제철소가 건설되면 1만80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앞으로 30년간 모두 9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고 설명해도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을 직접 접촉하기 어려워지자 포스코 인도법인 성기웅 부장은 주민들에게 영향력이 큰 힌두교 성직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처럼 외국 기업들이 인도 진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경제발전에서 소외된 농민층의 불만과 함께 역설적으로 절차를 중시하고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인도의 민주주의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 사례처럼 ‘450가구의 반대’ 때문에 12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는 일은 권위주의 정부가 있는 중국에서라면 상상할 수도 없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