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급 신도시’ 발언에 재경-건교부 혼선… 집값만 들쑤셔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4분


“어떻게 돼갑니까” 정부는 다음 달 ‘분당급 이상 신도시’ 후보지 한 곳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오른쪽)과 김용덕 대통령경제보좌관이 2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 기자
“어떻게 돼갑니까” 정부는 다음 달 ‘분당급 이상 신도시’ 후보지 한 곳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오른쪽)과 김용덕 대통령경제보좌관이 2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 기자
최근 부동산정책을 다루는 핵심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고위 공무원들이 분당급 신도시 선정을 둘러싸고 혼선과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부동산시장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도시 후보지를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다시 쏟아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투기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중 600만 평 이상의 땅에 10만 채가량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분당급 이상 신도시’ 후보지 한 곳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 정책 불협화음…시장 혼란 가중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신도시 발표는 투기 우려 때문에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사안인데도 최근 사석에서 “분당급 신도시는 2곳”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파문이 일자 건교부는 즉각 조 차관보의 발언을 부인하면서 “아직까지 분당급 신도시의 수와 규모, 위치는 정해진 게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건교부 역시 이 과정에서 그리 매끄럽게 대응하진 못했다.

서종대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21일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분당급 신도시는 2개가 될 수도, 3개가 될 수도, 5개가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해명했다.

그러나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돼 온 지역의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등 시장 불안 조짐이 확산되자 서 본부장은 이날 밤 다시 “분당급 신도시는 1개만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교부 일각에서는 “재경부가 공명심에 사로잡혀 자꾸 문제를 만든다”며 재경부 측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재경부는 결국 22일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신도시의 개수와 관련해 재경부에서 별도로 검토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분당급 신도시는 건교부가 밝힌 바와 같이 하나”라고 물러섰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검단신도시 깜짝 발표로 수도권에 투기 광풍이 불었듯 정책 당국자들의 입이 부른 부동산 시장 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정보를 독점한 정부가 마치 퀴즈를 던지듯 신도시 관련 정보를 흘리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 600만평이상 규모의 10만채 건립

서 본부장은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음 달 발표하는 분당급 신도시는 (서울) 강남의 수요를 흡수하는 곳이 될 것”이라며 “규모는 분당(594만 평)보다 크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신도시에 들어설 주택은) 10만 채 정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도권 남부지역을 유력 후보지로 점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분당급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기 광주시 오포읍과 용인시 모현면은 입지는 좋지만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규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봉무·봉명리 일대는 용인시가 197만 평을 도시기본계획상 시가화예정용지로 지정해 새로운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화성시 동탄신도시보다 훨씬 남쪽이어서 강남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 밖에 동탄신도시를 동쪽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고 광명 고속철도역사(驛舍) 인근인 광명시 가학동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 남사면 일대는 최근 며칠 새 외지인도 살 수 있는 빌라 값이 10% 이상 뛰고 매물도 자취를 감추는 등 벌써부터 투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 본부장은 “투기에 가담했다가는 나중에 신도시로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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