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성 탐사 로봇 ‘스피릿’은 많은 사진을 보내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스피릿의 사진을 분석해서 화성에 물이 많았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 로봇에는 미국 로봇회사 아이로봇의 콜린 앵글 사장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앵글 사장이 이 로봇을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1990년대 초 행성 탐사 로봇에 대한 아이디어와 초기 모델을 만든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바닥 물청소 로봇 ‘스쿠바’를 홍보하기 위해 방한한 앵글 사장을 23일 만났다.
그는 로봇을 두 종류로 구분했다.
“세상에는 두 가지 로봇이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로봇이 있는가 하면 삶에 도움을 주는 실용적인 로봇이 있다. 로봇은 모두의 꿈과 같아서 사람들은 인간의 모습을 닮은 로봇(휴머노이드)에 열광한다. 하지만 하지만 일본의 ‘아시모’ 나 한국의 ‘휴보’ 등 현재 나와 있는 휴머노이드는 모두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로봇일 뿐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로봇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로봇에 대해 꿈을 꾸되, 그 로봇이 사람과 다르게 생겼다는 걸 인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로봇 청소기 ‘룸바’ 200만 대 이상 판매
1990년 아이로봇을 창업한 앵글 사장은 로봇 산업의 개척자로 불린다.
모두 자동차만 한 탐사 로봇을 생각할 때 그는 작은 로봇도 얼마든지 다른 행성에서 탐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어 2002년에는 최초의 로봇 청소기 ‘룸바’를 내놓아 전 세계적으로 200만 대 이상을 팔았다.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 이후에는 인명 구조 및 정찰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개선 과정을 거쳐 현재 ‘팩봇’이란 이름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용 지뢰 탐지 및 정찰용 로봇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주 작은 탱크에 센서가 달린 상자를 얹은 모양의 팩봇은 모두 900대가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로봇은 미국 정부로부터 한 해 1800만 달러(약 170억 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
앵글 사장은 “가정용 로봇과 군사용 로봇이 아이로봇의 양대 축”이라고 말했다.
○ 영화 속 로봇은 요원하다
그는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로봇이 진정한 로봇”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의 로봇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인간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여건을 마련해 주는 로봇과 인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로봇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나 출장지에서도 자녀들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로봇이 그 예다.
그러나 영화 속에 나오는 로봇들은 ‘아직 요원하다’고 잘라 말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로봇 ‘R2D2’나 ‘C3PO’는 그다지 실용적이지 못하다. 로봇 산업은 진정한 휴머노이드가 나오기 전에 이미 수조 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일반적인 로봇을 만들기에는 적당하지만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은 아직 멀었다.”
아이로봇의 모토는 ‘멋있는 제품을 만들고 즐겁게 일하면서 돈을 벌고 세상을 바꾼다’이다.
앵글 사장은 “로봇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성공보다는 실패한 적이 더 많지만 즐겁게 일했다. 돈을 벌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