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인정에 ‘核-근로기준 진전’ 전제조건

  • 입력 2007년 5월 26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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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공개된 25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직원들이 협정문을 컴퓨터로 찾아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공개된 25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직원들이 협정문을 컴퓨터로 찾아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정부가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을 공개하면서 지난달 2일 협상 타결 후 논란에 휩싸였던 일부 핵심 쟁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큰 틀은 정부가 당초 발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부 구체적인 변수가 드러나면서 논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 개성공단 생산품 원산지 문제

한국 정부는 한미 FTA 협상 타결 직후 ‘한반도 역외(域外)가공지역(OPZ) 위원회’가 결국 개성공단을 OPZ로 지정할 것으로 내다봤고, 미국은 개성공단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이번 협정문 공개로 이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여지가 있다.

이 협정문은 OPZ 지정 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 진전 △OPZ 지정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OPZ 내 일반적 환경기준, 근로기준, 관행, 임금, 경영·관리 관행 등을 규정했다.

이 중 특히 근로기준과 임금 조항 등이 첨예한 논란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근로조건 등이 국제 규범과는 여전히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내의 노동 및 임금조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개성공단이 조만간 OPZ로 지정돼 여기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에 수출되면 관세 혜택을 볼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 문제 진전 상황 등을 이 문제와 연동하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SD)

투자자(기업)가 상대국 정부의 조치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그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ISD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적용 대상인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협상 타결 후 정부가 밝힌 대로 보건, 안전, 환경 관련 정책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ISD 대상에서 빠졌다.

부동산 정책 중에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이 ISD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한국 내 부동산에 투자한 미국 기업이 재건축 규제 등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어떤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에 포함되느냐를 놓고 한미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토지 및 주택거래 허가제, 종합부동산세 등이 안정화 정책이라고 밝혔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선진국에서는 이들 정책 중 상당수가 가격 안정화보다는 반(反)시장적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편 ISD 적용 대상으로 국가가 외국인 투자자와 맺은 계약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제2연륙교(인천대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조세 관련 조치도 양국 정부가 협의해 ISD를 적용할 수 있다.

○ 자동차 ‘스냅 백’ 조항

한미 FTA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 자동차 분야에서는 ‘관세 환원조치(스냅 백·snap-back)’ 조항 등이 논란이 됐다.

특정 조건에 해당하면 FTA 발효 이전으로 관세를 환원할 수 있는 이 제도는 포괄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조건을 달고 있어, 미국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서는 자동차 분야의 수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한미 FTA로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이 향후 15년간 연평균 8억3600만 달러(약 7774억 원)씩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공개된 협정문에 따르면 스냅 백은 특정 행위가 △FTA 협정 위반 또는 관련 이익을 무효화하거나 침해하고 △심각하게 판매 및 유통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승용차에 한해 특혜관세 이전 관세(미국 2.5%, 한국 8%)로 복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관세율(미국 25%, 한국 10%)이 높은 트럭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상호주의에 따라 이 규정이 미국 측에도 적용되며, 한국이 국제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기준을 제정하고 운영하면 악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 의약 분야 신약 값 오를까

농어업과 함께 한미 FTA의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예상되는 의약 분야에서는 신약 값의 상승 폭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협정문 중 “신약 등 의약품의 보험약값을 결정할 때 그 결정이 이른바 ‘경쟁적 시장 도출 가격’에 기초해 이뤄지도록 보장한다”는 조항이 있어, 다국적 제약사가 만든 신약의 최저가격을 보장해 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조항이 결국 미국산 특허약 가격을 선진국 평균 약값 수준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쟁적 시장 도출 가격’은 시장가격에 의해 약값이 정해지는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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