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성훈]한미 FTA 소모적 논쟁 이젠 접자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을 25일 공개했다. 이미 밝혀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국익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물론 국내 조세정책이 미국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SD)를 적용해 국제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일부 내용이 조세 주권과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韓-칠레’ 전철 밟아선 안 돼

한미 FTA가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처럼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실행상의 적절한 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한편 ‘논쟁’ 자체를 위한 소모적인 다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한미 양국은 6월 30일 이 협정문에 서명한다. 이제는 비준동의권을 가진 국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번 칠레와의 FTA 추진 당시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보다가 협상이 종결된 지 거의 2년이 지난 후에야 비준동의를 했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협상은 경제적 효과 이외에 우리에게 적잖은 희망을 주었다. 한국 공무원들은 뛰어난 협상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양자 간 협상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무역자유화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음을 적극 주장하는 적지 않은 단체의 활동이 협상 과정에서 눈에 띄었다. 우리의 사회의식이 좀 더 균형적인 방향으로 변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긍정적 변화의 이면에 우리가 개선할 많은 문제가 있음도 인식해야 한다.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이 진행되는 현실에서, 또 조만간 본격화될 중국과의 FTA 협상 및 일본과의 FTA 협상 재개 등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면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미 FTA 때처럼 전격적으로 협상 개시를 발표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당시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많은 지식인이 정부의 의도에 의구심을 품었다. FTA 협상은 협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및 연속성하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이 예측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입안하고 발표하는 것이 정부의 도리이다. 이를 어길 경우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른다.

둘째, 앞으로 계획된 많은 FTA 협상에서도 진지하고 열성적이고 치밀한 자세가 요구된다. 미국과의 FTA에 성공했으므로 다른 국가와의 FTA 협상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EU는 지난 50년간의 경제 통합 과정을 협상의 역사라고 불러도 될 만큼 뛰어난 협상력을 보유했다. 협상 기교 면에서는 미국보다 더 나을지 모른다. 중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되도록이면 협상 개시 이전부터 국민과 같이 호흡한다는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 공청회를 요식행위로 치르지 말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청취하면서 고충을 파악해 해결하려는 자세를 정부가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대외 협상에만 주력했다면 이제부터는 같은 비중으로, 아니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해 국민과의 대내 협상을 해야 한다. 대내 협상은 대외 협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며 또 더 어렵다.

국민에게 개방효과 계속 알려야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국민에게는 개방을 통해서만이 한국경제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국이다. 앞으로도 개방과 자유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밖에 없음을 인식시켜야 한다. 뒤처지는 계층이 있다면 정부가 복지정책을 통해 해결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런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할 때 한국은 선진국으로 우뚝 설 것이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통상학회 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