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매달 130만 원 이상 카드 써야 상환 가능
일부 제품 시중보다 비싸… 금감원 제재 검토
28일 한 포털 사이트의 인터넷 쇼핑몰에는 119만9000원짜리 노트북 컴퓨터를 단돈 100원에 양도한다는 광고가 올라왔다.
다만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하고, 컴퓨터 가격 119만9000원을 포인트나 현금으로 36개월 동안 나눠 갚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기자가 인터넷으로 100원을 결제하니 e메일로 카드 신청 서류와 노트북 컴퓨터 사진을 보내 왔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신용카드 발급서류를 보낼 테니 작성해서 우편으로 보내 달라”며 “카드를 발급받는 대로 노트북 컴퓨터를 배송하겠다”고 말했다.
은행 및 전업계 신용카드사와 계약을 하고 카드회원을 모집하는 카드 모집사들의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특히 벽걸이TV 등 고가의 전자제품을 카드 포인트로만 구입할 수 있다며 카드 발급을 유도하는 ‘신종 포인트 서비스’가 활개치고 있다.
○ 벽걸이TV까지 포인트로 산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신용카드를 만들면 삼성전자 노트북 컴퓨터(109만 원 상당), 파브 40인치 TV(198만 원 상당) 등을 현금 없이 포인트로만 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전단지가 붙었다.
먼저 할인받고 나중에 포인트로 갚는 카드사들의 ‘선(先)포인트 서비스’ 한도가 50만 원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금액이다.
광고를 낸 카드 모집사들은 사용액의 6, 7%까지 포인트가 적립되는 주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쉽게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유 포인트 적립에는 횟수와 한도가 정해져 있고, 일반 신용 구매시 적립되는 포인트는 사용액의 0.2∼1.2%에 불과하다.
실제로 ‘포인트 방식’으로 119만9000원짜리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할 경우 3년 동안 매달 △한 번에 10만 원씩 4회에 걸쳐 40만 원어치 주유를 하고 △신용구매로 90만 원 이상을 써야 포인트로 전액을 상환할 수 있다.
○ 카드모집사 “소비자에 이익”
포인트 서비스를 알선하는 모집사들은 모집 계약을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한다. 이어 사전에 물품 공급 계약을 한 제조사 제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도록 유도한다.
모집사들은 이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회원유치 수수료를 받는다. 또 기업납품용으로 비교적 싸게 구입한 컴퓨터를 실제 매장보다 비싼 가격으로 고객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차액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 모집사 관계자는 “포인트로 상환하지 못하는 돈은 매달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된다”면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고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도 누릴 수 있어 소비자에게는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카드를 발급하는 은행 측도 “36개월 할부 서비스에 대한 이자를 모집사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에 은행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준현 금융감독원 여전감독실장은 “(신종 포인트 서비스는) 은행과 카드사의 건전성을 침해하고, 과당경쟁을 촉발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서비스 및 상품 구조를 면밀히 파악한 뒤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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