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발렌타인스의 대주주인 영국 주류업체 얼라이드도멕이 프랑스 주류업체 페르노리카에 인수되면서 두 회사의 한국 지사도 통합됐기 때문이다.
쿠튜어 사장의 과제는 두 회사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이었지만 한국 시장에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진로발렌타인스보다 훨씬 작은 회사였다. 통합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한국인’처럼 변하기로 결심했다.
저녁 식사 시간의 와인은 소주로 바꿨다. 한국인 임원들과 어울리려고 칠 줄 모르던 골프도 배웠다. 심지어 지난해 월드컵에서는 평생 프랑스 국가대표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프랑스가 맞붙었을 때 한국팀을 응원했다.
경영에도 ‘한국식’을 도입했다. 그가 한국인의 업무 스타일 가운데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빨리빨리’. 쿠튜어 사장은 “한국인은 불가능을 모른다. 외국에서 2년 걸릴 일이 한국에선 6개월이면 된다”고 감탄했다.
지난달 말 진로발렌타인스가 ‘임페리얼’ 위스키의 병 디자인을 바꾼 게 대표적인 사례다.
쿠튜어 사장은 4월 초 디자인 변경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이틀 만에 디자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두 달 만에 디자인 변경 작업이 마무리됐다. 외국에서라면 반년도 걸릴 수 있는 일이었다.
진로발렌타인스는 위스키와 와인 등 수십 종의 주류를 판다. 그 가운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단연 임페리얼.
그는 “임페리얼은 재료는 영국에서 생산되고, 한국적 방법으로 블렌딩되어 한국과 세계 각국에서 팔리는 위스키”라며 “이 술이 한국과 서구의 조화, 페르노리카코리아와 진로발렌타인스의 통합을 상징하는 것 같아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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