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본격 가동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한진중공업이 사운(社運)을 걸고 추진한 초대형 프로젝트인 필리핀 수비크조선소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수비크 경제특구에 자리 잡은 한진중공업 현지법인인 ‘HHIC-Phil’은 5일(현지 시간) 200t 규모의 첫 블록 생산을 시작으로, 내년 6월 그리스 선주(船主)에 인도할 예정인 43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선박 건조에 착수했다.

수비크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70년간 쌓아온 역량과 노하우를 쏟아 부은 야심작이다.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에서 110km 떨어진 수비크 만(灣)에 있는 이 조선소는 70만 평에 이르는 넓은 땅에 길이 370m, 폭 100m의 독을 건설하고 있으며, 길이 144m, 높이 77m의 골리앗 크레인 2기를 장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바다 위를 떠다니는 모든 규모의 선박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초대형 옥외 조립장과 철 구조물 생산 공장을 보유해 6척의 선박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게 된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35척, 31억3000만 달러어치의 일감을 수주해 이미 2010년까지의 생산물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박규원 한진중공업 사장은 “(한국에 있는) 영도조선소의 독은 길이 300m, 폭 50m에 불과해 초대형 선박을 건조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번 수비크조선소 가동으로 1만28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1위가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업계에서 현대, 삼성, 대우 등 대형 조선사들에 밀려 세계 10위권(수주잔량 기준) 밖을 맴돌던 한진중공업은 수비크조선소를 기반으로 상위권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016년까지 수비크조선소에 총 7500억 원을 투자해 세계적 조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수비크조선소가 들어선 수비크 경제특구는 미국 해군기지가 수비크 만을 떠난 뒤 필리핀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필리핀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정한 곳으로 입주 기업에는 다양한 혜택을 준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 감면. 법인세율이 매출 총이익의 32%에 이르는 필리핀이지만, 이곳에서는 8년간 법인세 면제, 그 뒤로도 법인세율 5%를 보장했다.

한진중공업은 이곳 70만 평을 50년간 임차해 조선소를 짓고 있다. 임차료는 월평균 원화로 1000만 원에 못 미칠 정도로 싸며 50년 임차가 끝난 뒤에는 25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도 있다.

필리핀 정부는 또 한진중공업에서 교육받은 현지인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5년간 해외 재취업을 제한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비크=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