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나고 싶지만 ‘유학 기간의 4배를 근무하지 않으면 비용을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발이 묶여 채용시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어진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고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어 회사에 미련이 없다”며 “비용을 반납할 능력만 된다면 지금이라도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A 씨처럼 조직에 정착하지 못하고 주변부를 맴도는 ‘인공위성 인재’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기 위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1] “기회만 되면 떠난다”…주변을 맴도는 ‘인공위성 인재’
외부에서 어렵사리 영입한 인재도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퇴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2004년 해외 현지채용을 통해 국내 대기업에 입사한 B(36) 씨는 최근 외국계 기업으로 회사를 옮겼다.
그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체계와 연고주의, 후진적 업무 행태에 실망했다”며 “새로 옮긴 회사는 능력을 가장 중시한다는 점이 매우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취업 정보업체 스카우트와 리서치 전문기관 폴에버가 최근 직장인 13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79.4%가 ‘이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연봉이나 직급향상’(42.9%), ‘자신의 역량 발전’(40.9%) 등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이직 시기로 ‘직장에서 발전 가능성을 찾지 못할 때’(42.0%)라고 답한 응답이 가장 많아 미래 비전이 이직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나타났다.
[2] 기업 33%, 핵심인재 확보를 위한 대응체계 미흡
‘인공위성 인재’가 양산되는 데는 핵심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내지 못하는 기업의 육성 시스템에도 원인이 있다.
인사관리 컨설팅업체인 PSI컨설팅이 최근 국내 기업 9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33%는 ‘핵심인재 확보를 위한 대응체계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충분하다’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핵심인재 육성의 장애요인으로 ‘전략수립 미흡’(27%), ‘전략실행력 부족’(15%), ‘육성방법 미흡’(14%) 등이 꼽혔다.
한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한 대기업이 인력 채용을 의뢰하면서 학력 경력 성별 나이 등 간단한 요건만 제시하고는 ‘사주를 봐야 하니 생년월일과 출생시간을 알려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일도 있었다”며 “요구하는 역량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채용 방식 때문에 첫 단추부터 어긋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3] 내부 인력을 핵심인재로, 꼴찌에게는 기회를
글로벌 기업들은 잠재력이 있는 직원을 핵심인재로 키우고,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은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능력에 따라 육성하는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독일계 다국적 전자전기 업체인 지멘스는 지난해 직원들을 성과에 따라 ‘A, B, C, D’의 4등급으로 일정 비율씩 배분하는 평가시스템을 바꿨다.
대신 직원들의 성과와 역량을 평가한 뒤 사업부서장과 간부, 인사 담당자가 토론을 거쳐 ‘챔피언’, ‘키 플레이어’, ‘퀘스천마크’ 등 3개 그룹으로 나누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그룹별로 정해진 인원 배분 비율도 없앴다. 자신이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도 개별적으로 알려주고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한국지멘스 관계자는 “역량이 뛰어난 인재는 핵심인재로 키우고, 부족한 직원은 역량을 끌어올려 성과를 높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위 10%의 직원을 매년 털어내는 인사시스템으로 유명한 GE도 제프 이멜트 회장이 취임한 뒤 인사평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GE의 고위 임원 600명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기업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5가지 ‘성장 리더의 특성’(외부세계에 집중, 명확한 사고, 상상력, 포용력, 전문성)을 정의한 뒤에 2004년부터 이를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조병렬 GE코리아 상무는 “하위 10%라고 하더라도 개선 계획서를 받고 재기의 기회를 준다”며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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