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자료에는 ‘서울에서 40∼50분’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오후 1시 반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을 출발해 현장에 도착하니 3시가 다 됐다. 시행사 측은 “유독 그날만 차가 밀렸다”고 주장했다.
마뜩지 않았지만 단지를 보고 나니 출퇴근 시간은 별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샐러리맨은 애당초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거북한 곳이다.
한일건설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짓는 ‘루아르밸리’ 52채는 100∼110평형이다. 내년 3월 완공 예정.
○‘골프 8학군’에 위치
원래 모 대기업 총수가 별장으로 쓰던 곳이란다. 도로변에서는 현장이 안 보인다. 1만2000여 평의 대지가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채 입구가 가려져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집터로는 최고의 입지라는 ‘금계포란(金鷄抱卵)형’”이라고 한다. 풍수(風水)를 잘 모르는 사람도 부채꼴의 단지가 아늑하고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동고속도로 양지 나들목에서 나와 2분이면 닿는다. 국도 42호선이 단지 앞으로 지나간다.
이 일대는 양지파인, 지산, 레이크사이드 등 골프장이 가까워 이른바 ‘골프 8학군’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탈리아 주방가구에 일본식 히노키탕
루아르밸리는 타운하우스라고 하지만 실은 고급 단독주택이다. 프랑스의 국가 자문 건축가인 로랑 살로몽 씨가 설계를 맡았다. 외장은 밝은 색 계통의 돌, 창은 검은색 새시, 바닥은 나무 데크로 꾸몄다. 모던 스타일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듯했다.
가장 작은 100평형은 지하층을 포함해 4층, 나머지는 3층이다. 지하라지만 입구에서는 지상층처럼 보인다. 단지가 계단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100평형은 지하에는 차고와 ‘패밀리 아지트’(다용도 공간), 지상 1층은 거실과 주방, 2층은 안방, 3층은 자녀 방 2개로 구성된다. 한국식 단독주택에 익숙해 있다면 조금 생소한 공간 배치다. 집마다 개별 정원이 마련돼 있다.
인테리어는 주상복합아파트의 펜트하우스(최고층)급이다. 주방가구는 최고급 이탈리아 브랜드인 보피, 욕조는 일본식 히노키탕.
경비업체인 에스원이 보안 관리를 맡는다. 입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아우디의 최고급 세단인 A8 2대를 단지 안에 배치한다.
○완성품 보고 판단할 수 있어 좋아
한 채당 19억∼24억 원이다. 분양가의 60%까지 대출을 알선해 준다지만….
단독주택의 특성상 주변과 가격을 비교한다는 것은 어렵다. 오죽하면 국세청도 단독주택의 양도소득세를 산정하기가 제일 까다롭다고 할까.
더욱이 루아르밸리는 일반 아파트나 연립주택과는 전혀 다른 형태인 데다 건축비도 평당 1000만 원이 넘게 들었다고 하니 가격 경쟁력을 따지는 게 무리일 것도 같다.
모델하우스만 지어 놓고 파는 ‘선(先)분양’이 아니라 골조가 대부분 올라간 뒤 파는 후분양에 가깝다. 완성품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팁 하나. 현장에 가면 단지 안에 소나무와 은행나무 한 그루씩을 남겨둔 이유를 물어보시라. 풍수지리상 절대 베면 안 된다고 했다니 지세(地勢)만 살펴보는 것도 재미다.
용인=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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