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는 뛰어난 조망과 편리함, 고급 인테리어를 앞세워 부유층의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고급 주거에 호텔, 공연장 등 비즈니스 및 문화시설까지 더한 ‘복합단지’로 변신하고 있다.
○세운상가에서 타워팰리스까지
주상복합아파트의 효시는 1967년 서울 종로구 종로3, 4가 일대에 상가와 아파트가 결합돼 지상 18층 규모로 지어진 세운상가였다. 주택 공급 목적보다는 근대화를 상징하는 건물의 성격이 강해 오늘날 주상복합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2세대 주상복합아파트는 1996∼1997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저층에는 상가, 중간층에는 오피스텔, 고층에는 아파트가 입주하는 형태로 1997년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완공된 잠실시그마타워(지상 29층)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주상복합아파트의 상가분양 실적이 저조해 인기가 식자 정부는 1997년 주택건설촉진법(현 주택법)을 개정해 주상복합아파트의 주거비율을 50% 미만에서 70% 미만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1998년 3세대 주상복합아파트가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선 우성캐릭터199(30층)는 주상복합아파트로는 처음으로 주거 동(棟)과 비(非)주거 동을 나눠 배치하는 설계를 도입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친 뒤 1999년 주거비율이 70% 미만에서 90% 미만으로 다시 바뀌면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인기가 치솟았다.
2002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완공된 대우트럼프월드(41층)와 같은 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선 타워팰리스 1차(66층)가 대표적이다. 4세대 주상복합아파트로, 층수가 60층 이상으로 올라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원조 격이다.
2003년 서울 양천구 목동에 하이페리온 1차(69층)가 들어서고 강남구 도곡동에 타워팰리스 3차(69층)가 입주하는 등 대형 건설사들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경쟁이 이어졌다.
○비즈니스 접목된 ‘작은 도시’로 진화
올해 들어 분양되고 있는 5세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입주민들이 주거와 쇼핑 외에 여가까지 한곳에서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복합단지’ 형태를 띠고 있다.
이달 4일 1순위 청약 첫날 평균 20 대 1의 경쟁률로 접수가 마감된 경기 화성시 동탄 1신도시 내 ‘메타폴리스’와 올해 4월 충북 청주시에서 분양된 ‘지웰시티’(2164채), 올해 9월 충남 아산신도시에서 분양되는 ‘펜타포트’(793채) 등이다.
메타폴리스는 2만7038평에 지상 55∼66층짜리 4개 동에 1266채가 지어지고, 호텔과 백화점, 쇼핑몰 등도 단지 안에 들어선다.
기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주로 1개면이 밖으로 향한 데다 창문이 작아 환기가 잘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외부 공기가 환기시설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오지만 발코니 창문을 활짝 열 때 들어오는 자연 바람과는 차이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성산업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다음 달 분양할 예정인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디큐브시티’(51층 2개동 524채)에 양면 개방형 설계를 적용했다. 뮤지컬 전용관도 들어선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해밀컨설팅의 황용천 사장은 “이제 수요자들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사업 파트너를 만나고 뮤지컬을 관람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복합단지의 출현은 수요자의 욕구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