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홍보도우미 “아가씨들은 가라”

  • 입력 2007년 6월 12일 02시 59분


임직원 부인들이 운전하는 무료 콜택시 ‘옐로캡’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명물’이다. 이들은 100만 평의 거대한 조선소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 현장 어느 곳에서 불러도 5분 안에 도착해 5분 이내에 승객을 모시기 때문에 ‘5분 대기조’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진 제공 삼성중공업
임직원 부인들이 운전하는 무료 콜택시 ‘옐로캡’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명물’이다. 이들은 100만 평의 거대한 조선소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 현장 어느 곳에서 불러도 5분 안에 도착해 5분 이내에 승객을 모시기 때문에 ‘5분 대기조’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진 제공 삼성중공업
《“앞에 왕릉처럼 보이는 것이 철의 원료인 석탄과 철광석입니다. 섭씨 2000도가 넘는 고열로 녹이면 쇳물로 변하지요.” 김방심(40) 씨는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찾는 방문객의 공장 견학을 돕는 홍보도우미다. 홍보도우미 하면 늘씬한 몸매의 20대 여성을 떠올리지만 포스코 도우미들은 모두 김 씨처럼 주부다. 김 씨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철강박사’의 강의를 듣는 것 같다. 게다가 1시간 반이 넘는 긴 설명에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는다. 말 한마디에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묻어난다.》

김 씨는 10일 이곳을 방문한 본보 기자에게 “남편이 이 공장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어요. 남편이 일하는 회사에서 홍보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부심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직원 애사심 키우려면 아내 마음부터 잡아라

주부들이 남편의 회사를 알리는 ‘홍보대사’로 나서고 있다. 거대 장치산업으로 방문 견학이 많은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가운데 주부 홍보도우미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포스코. 1987, 1988년부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각각 64명, 18명의 주부 홍보도우미가 활동하고 있다.

경쟁률이 6 대 1을 넘는 등 희망자가 줄을 서 포스코는 기회를 고루 주기 위해 당초 3년 계약직이던 것을 지난해부터 2년으로 줄였을 정도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01년 12월 ‘오토갤러리’의 문을 열면서 주부 홍보도우미를 고용했다. 이들은 964평 규모의 자동차박물관과 1.9km에 이르는 공장생산 라인을 설명하는 투어를 담당한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명물인 ‘무료콜택시’의 운전사 역시 직원 부인들이 맡고 있다. 100만 평에 이르는 조선소의 구석구석을 훤하게 꿰고 있어 방문객은 물론 회사 직원들에게도 ‘발’과 같은 존재다.

○ 백 마디 말보다 정성 담긴 한마디가 홍보 만점

일부 항공사와 건설업체에서도 많지는 않지만 맹렬히 활동하는 주부 사원이 있다.

특히 부동산업계에서 재개발, 재건축 수주전이 벌어지면 건설업체 간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때 아르바이트로 고용된 임직원 부인들은 ‘걸어 다니는 입’ 구실을 톡톡히 한다.

일반 도우미나 아르바이트생들은 책임감도 떨어지고 회사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교육기간이 2배 이상 필요하지만 이들은 남편이 하는 일이라 업무 이해가 빠르다는 게 A건설사의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유지에 따라 현재 20여 명의 임직원 부인이 문서 수발, 일반 관리, 차량 운전, 기내 청소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르노삼성 서규억 팀장은 “기업 홍보에는 청산유수 같은 백 마디 말보다 정성과 신뢰가 배어 있는 한마디가 중요하다”면서 “애사심으로 똘똘 뭉친 주부 사원들이야말로 기업의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