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높이면 성장세가 위축되고, 성장을 위해 금리인상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 유동성(시중자금)이 넘쳐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트라일레마는 경기, 물가, 경상수지의 3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조율하기 힘든 상황을 뜻하는 말. 하지만 최근 시중에 돈이 넘치면서 증시 과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금융시장 안정이 중요한 정책목표로 떠올랐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에서 고려하는 실물경제에는 성장률뿐 아니라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을 위해 현 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성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대비 4.0% 성장했지만, 2분기(4∼6월) 이후에는 이보다 높아져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다.
다만 물가가 걱정이다.
올해 1분기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상승해 작년 1분기 상승률(2%)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1분기 광의통화(M2) 증가율이 11.46%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과잉 유동성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 금통위 위원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금리 영향력이 떨어져 금리를 올려도 유동성이 축소되지 않을 수 있다”며 “증시 상황을 주시하며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통화당국의 선제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금리를 미세조정하려는 것인 만큼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해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상으로 과잉 유동성을 일부 해소할 수 있겠지만 서민층의 대출이자 부담 가중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상과 지급준비율 조정 등 여러 금융정책의 조합을 비롯해 해외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여유 자금을 해외로 나가게 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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