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중견 식품업체인 SPC그룹이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인수를 놓고 LG생활건강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중견 기업들이 갈수록 M&A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규모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먹잇감을 찾고 있다.
○ 30대 기업을 꿈꾼다
1969년 영양제과라는 제과점으로 창업한 유진그룹은 2004년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고려시멘트를 인수하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증권, 로젠택배도 인수했다. M&A를 통한 대형 건설회사 인수도 추진 중이다. 2001년 유진그룹의 자산 규모는 3500억 원. 하지만 지난해 말 자산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섰다.
1980년 영세 의류매장으로 출발한 이랜드그룹은 2004년 뉴코아, 2005년 킴스클럽, 2006년 한국까르푸 등의 유통업체를 연이어 인수해 2003년 1조3000억 원 규모였던 자산 규모를 지난해 말 4조6000억 원으로 늘렸다. 동아건설 인수작업을 진행 중인 프라임그룹과 퇴출 직전의 회사들을 사들여 알짜 회사로 성장시킨 STX그룹 등도 M&A로 눈부시게 성장한 중견 기업이다.
중견 기업이 이처럼 M&A에 적극적인 것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기준으로 중소기업은 종업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원 이하의 기업이고 이를 넘어서면 모두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매출액이 수백∼수천억 원인 중견 기업은 법적으론 대부분 대기업이다.
중견 기업은 중소기업처럼 정부 지원은 받지 못하면서 대기업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빠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란 장점을 활용해 M&A로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태 M&A스페셜리스트아카데미 대표는 “대기업들이 ‘문어발 확장’이란 비난 때문에 M&A에 소극적인 틈을 타 중견 기업들이 M&A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로 나가는 중견 기업
이랜드그룹은 올해 말 인지도 높은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기로 했다.
최성호 이랜드그룹 홍보담당 이사는 “국내 기업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직접 해외 유명 브랜드를 인수할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며 “올해 말 깜짝 놀랄 성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국내 중견 기업들은 해외기업 M&A에 적극적이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가격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박성준 부사장은 “최근 M&A 대상이 될 만한 국내 기업의 값이 크게 오르자 중견 기업들의 해외 매물 탐색 및 인수 방법 컨설팅 요청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과감히 M&A에 나설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춘 투자은행 등 금융 및 제도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주량 연구위원은 “M&A에는 매물을 보는 눈과 저가에 사는 기술이 필요한데 한국도 이런 부분을 전담할 대형 투자은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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