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시에서 바비큐 요리 전문점 옛골토성을 운영하는 허웅(47·사진) 사장은 종업원들에게 늘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허 사장은 2004년까지 카드회사에서 일했다.
카드회사에서는 고객에게 ‘안 된다’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도록 교육한다. 이에 착안한 허 사장은 직원들에게 주문을 받을 때 ‘안 된다’라는 말보다 ‘준비가 덜 됐다’는 말을 하도록 했다. 소비자의 주문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메뉴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허 사장은 이 점포에서 1년 이상 근속한 직원 가운데 우수한 사원을 뽑아 일본 디즈니랜드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직원들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서비스의 ‘모범’이 되는 곳을 둘러보며 관광과 연수를 동시에 하라는 뜻이다. 식당으로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 식당에는 이렇게 곳곳에 ‘대기업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식당이 제법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도 대기업처럼 단계적 마케팅 전략을 세워 실행한 덕이다.
허 사장은 2004년 아버지가 사망한 뒤 20년 동안 아버지가 운영하던 매운탕 집을 물려받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것도 이때. 2년 정도 매운탕집을 해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민물 매운탕은 고객층에 한계가 있었어요. 남자 어른을 제외하고는 별로 즐기지 않는 메뉴였으니까요.”
결단이 필요했다. 허 사장은 20년 동안 이어온 매운탕집의 간판을 과감히 버리고 업종 전환을 선택했다. 교외 도로변에 위치한 만큼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바비큐 전문점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3억5000만 원을 투자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꾸몄다.
그 이후에 추진한 것이 3단계에 걸친 마케팅 전략. 일단 이름을 알리고 고객을 단골로 만든 뒤,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허 사장은 “개업 후 한 달 동안은 하남시 인근의 거의 모든 사무실에 안내장과 무료 시식권을 돌렸다”며 “음식점만 빼고는 시식권을 다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게 인근의 주유소에서 할인권과 전단을 배포해 홍보했고 이전에 다니던 카드사와 제휴해 3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깍듯한 서비스와 음식 맛 덕분에 한 번 와본 손님은 대부분 다시 찾았다. 고객 카드를 작성한 손님에게는 정기적으로 무료 시식권이나 사은품을 보내 관리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무료 시식권 행사는 5개월 동안 계속됐다. 지난달에는 창업 5개월 만에 첫 달 매출의 5배를 올렸다. 허 사장은 “체계적이고 꼼꼼한 마케팅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것 같다”며 “요즘의 매출 신장세를 보면 무료 시식권 배포가 결코 무리한 마케팅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성공비결-초기 입소문 전략 주효
맛이나 서비스에 자신이 있는 창업자일수록 지역 마케팅을 간과하기 쉽다. ‘입소문이 나면 알아서 찾아오겠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 맛을 내는 것만큼이나 이 맛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허웅 사장은 무료 시식권을 배포하고 카드사와 제휴해 할인 서비스를 해 주는 등 초기 정착 단계에서 업소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