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얼마 전 공인중개업소를 찾은 김모(44·여·경기 용인시) 씨는 ‘102.45m²’라고 쓰여 있는 매물 광고를 보고 당황했다.
그는 “‘31평’이라고 하면 바로 알 것을 ‘102.45m²’라고 써 놓으니 감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돈, 평, 근’ 등 ‘비(非)법정계량단위’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힌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새로 바뀐 단위에 낯설어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자원부가 7월부터 3차례 적발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힘에 따라 비법정계량단위의 사용이 많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계도기간 1년이 채 되지 않아 시민들이 새 단위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단속에 나서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
비법정계량단위 단속 때문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부동산중개업소다. 지금까지는 ‘평’ 단위를 사용해 왔으나 7월부터는 ‘평’의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평’과 ‘m²’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안 된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대기업도 고심 중이다.
G건설회사의 경우 단속을 보름여 앞둔 지금까지도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홍보 팸플릿에 ‘평’을 사용하고 있다.
‘돈’이 아닌 ‘g’을 사용해야 하는 귀금속 상점 역시 1돈이 3.75g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고심 중이다. 귀금속 상점을 운영하는 엄모(51·여·서울 마포구 도화동) 씨는 “가장 많이 팔리는 돌반지를 ‘1돈, 2돈’ 대신 ‘3.75g, 7.5g’ 하는 식으로 설명하면 ‘속이는 것이 아닌가’ 오해하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산자부는 “어차피 당분간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7월부터 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단속을 시작하되 계도 중심으로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부 업자들은 이에 대해 음식점에서 고기를 팔 때 흔히 쓰는 ‘∼인분’에 대한 단속이 되지 않는 것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식품위생법에 ‘식육은 중량당 가격으로 판매하게 되어 있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g’이 아닌 ‘∼인분’은 예전부터 단속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주관 부서인 보건복지부가 “단속은 일선 지자체 몫”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인분’이라는 단위는 계속 쓰일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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