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회사 명칭 속에 있는 ‘중(重)’의 의미를 강조한다. 선박뿐만 아니라 무거운 대형 장비나 기계류도 만든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액 중 절반은 선박이 아니라 다른 사업 분야에서 나왔다.
뒤집어 얘기하면 가벼운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창업 35년간 한번도 ‘가벼운’ 사업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고 ‘무겁게’ 움직여 왔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은 선박뿐만 아니라 대형 엔진, 선박용 프로펠러,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 이동식발전설비(PPS) 등 5가지 상품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것도 2위와는 현격한 차가 난다.》
[1] ‘오일쇼크 시련’ 딛고 새로운 도약
조선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1974년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갓난아기와도 같던 현대중공업에는 엄청난 시련이었다.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선박시장도 움츠러들어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 때문에 화물선과 유조선에 의존하는 조선사업을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을 일찍부터 느꼈다.
‘외발 자전거보다는 여러 개의 바퀴가 달린 자동차가 안정적’이라는 신념 아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 분야를 차근차근 개발해 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을 돌린 쪽이 선박엔진. 전체 선박가격의 10%를 차지하는 주요 부품으로 1976년 엔진사업본부를 발족했다. 1977년에는 중전기사업부(현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와 플랜트사업본부를 만들었다.
1978년 2차 오일쇼크로 다시 경영 압박을 받자 이번에는 사명(社名)을 아예 현대조선에서 현대중공업으로 바꾸었다. 같은 해 해양사업부도 신설했다.
이어 1993년에는 현대중전기, 현대중장비, 현대로봇, 현대철탑 등 4개 계열사를 합병해 조선분야 비중을 더욱 낮추고 경기 대응력을 갖춘 ‘종합중공업’체제를 확립하면서 최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2조5500억 원으로 2005년보다 21.6% 늘었으며 순이익은 7128억 원으로 388% 증가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였다.
[2] 5가지 상품 세계 1위… 안정적 사업구조
현재 현대중공업의 사업본부는 △조선 △엔진기계 △건설장비 △전기전자시스템 △해양 △플랜트 등 모두 6가지다.
지난해 매출액 12조5500억 원 중 48.5%인 6조1072억 원이 비(非)조선 사업본부에서 나왔다.
이들 비조선 부문 각 사업본부의 매출은 플랜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웬만한 개별 기업 못지않은 외형을 갖추고 있다.
특히 엔진기계사업본부의 활약은 조선만큼이나 눈부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 생산한 선박엔진이 세계 시장의 35%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작년 한해 생산한 엔진의 합계 출력이 6000만 마력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7000만 마력에 이른다. 배기량 2000cc급 중형 승용차 50만 대의 출력과 맞먹는 수치다.
또 이동식 발전설비는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다.
최근에는 쿠바에서 7억2000만 달러(544기) 규모의 발전설비(PPS)를 수주했는데 그 나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자 쿠바중앙은행은 올해 발행한 10페소 지폐에 이 설비의 이미지를 넣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업본부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3월 현대자동차 체코 공장 및 베이징 공장에서 각각 287대와 272대의 로봇 및 주변 시스템을 수주했으며 올해에는 사상 최대인 1800대의 로봇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 중국이 최대 라이벌
현대중공업은 현재 동종 업계에서 최대 규모인 1300여 명의 설계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4곳, 해외 2곳 등 모두 6곳의 연구소에 500여 명의 연구 인력도 확보했다.
이 같은 투자로 현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는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본부는 전동기 배전반과 변압기 등 각종 대형 전기제품을 생산해 왔지만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 디지털 전력변환, 하이브리드 버스 등 미래형 사업에 진출해 현대중공업의 차세대 성장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울산에 연간 15만 장(30MW급) 생산 규모의 태양열전지 모듈 공장을 설립했으며 내년 2월부터 태양전지를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또 충북 음성군에도 30MW 규모의 발전설비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구소를 통해 전기자동차용 전장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올해 초 대우버스와 공동으로 친환경 하이브리드 버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해 온 조선사업에서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벌크선 등 저부가가치 선박은 중국에 내 줄 각오를 하고 있다. 대신 초고속·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선,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는 격차를 벌려 매출과 수주량 기술 등 모든 면에서 확고한 1위를 지켜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2010년 초반까지 현대중공업은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5년 이후 중국의 성장에 대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잘나갈 때 확고한 토대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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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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