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요즘 자사주 쇼핑 중!

  • 입력 2007년 6월 16일 03시 01분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이달 8일 3098만5000원을 들여 하이닉스 주식을 주당 3만985원에 총 1000주를 샀다.

회사 측은“최근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서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성장성만큼은 어느 회사보다 밝다는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사주(自社株)를 매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재테크를 염두에 둔 주식 매입이라기보다‘책임지고 경영을 잘 하겠다’는 CEO의 메시지를 증시와 투자자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포석이다.》

○ SK㈜-LG화학등 앞다퉈 자사주 매입

“4월 24일은 우리 회사 주식가치가 종가 기준으로 처음 10만 원을 넘어선 날입니다. 불과 4년 전 주당 1만 원 이하의 아픈 기억을 이제 10배 이상의 긍지와 기쁨으로 이뤄 냈습니다.”

4월 말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신헌철 SK㈜ 사장은 전 직원에게 이런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SK㈜는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파문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외국의 투기자본인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공격 시도를 받아 한때 궁지에 몰린 아픈 기억이 있다.

신 사장은 4년여 만에 주가가 10만 원을 넘어서며, 이제 어떤 투기자본도 공략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에 대한 감회를 직원들에게 표현한 것이다.

그는 올해 사재를 털어 세 차례나 자사주를 매입했다.

1월 26일 3000주, 4월 16일 10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5월 10일 다시 2000주를 취득했다.

LG그룹의 최고경영자들도 앞 다퉈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김반석 LG화학 사장은 지난달 17일 자사주 4693주를 매입했다. 그가 지난해 취임 이후 사들인 자사주만 모두 1만1443주에 이른다.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도 3, 4, 5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모두 1만5000주의 회사 주식을 샀다.

유원 LG그룹 상무는 “우리 회사가 잘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는 것”이라며 “직원들도 CEO의 자사주 매입을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와 함께 LG 핵심 계열사인 LG화학과 LG필립스LCD는 최근 몇 년 사이 지독한 실적 악화로 고전했다가 최근 회복세를 타고 있다.

○ 은행주 주춤하자 은행권 CEO도 적극

은행권 CEO들도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다.

은행주가 올 1분기(1∼3월) 반짝 오름세를 보이다가 최근 주춤하는 기미를 보이자, CEO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윤교중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4, 5월에 3억4000만 원을 들여 총 7345주를 장내 매입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4월 26일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 7만 주를 사는 등 그가 보유한 자사주만 총 10만9694주에 이른다.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CEO의 자사주 매입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내가 앞으로 경영을 잘하겠소’라는 의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장에선 내부 정보를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있는 CEO가 회사 주식을 사면 신뢰감 형성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CEO의 자사주 매입은 일종의 ‘쇼맨십’과 같은 것으로 단발성 재료로서의 역할만 할 뿐”이라고 했다.

CEO가 자사주를 매입한 뒤 주가가 오른 회사도 있지만, 이는 해당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성과 결부된 상승세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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