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치는 돈, 갈 곳이 없다”
14일부터 시작된 국내 증시 급등의 직접적 계기는 미국 증시가 제공했다.
미국 증시는 이달 들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 주말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 등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강세로 돌아섰다.
여기다 중국 증시가 금리 인상 및 위안화 절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오름세를 유지하는 것도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가 유례없이 강세를 보이는 주된 이유를 풍부한 유동성에서 찾고 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정책, 몇 년째 지속된 저금리 기조 등으로 개인의 뭉칫돈이 증시로 몰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향후 3∼5년간 한국 증시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말 8조4489억 원에서 올해 3월 말까진 9조9097억 원으로 17.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이달 14일에는 13조9884억 원으로 늘어 4월 초 이후 41.2% 급증했다.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도 5월과 6월에만 약 4조 원씩 증가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개인투자자의 1억 원 이상 주문 건수는 올해 1월 하루 평균 4390건에서 이달엔 1만8908건으로 4.3배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 “이제는 쉬어 가야 할 때” 의견 적지 않아
최근엔 실적 개선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세장에서 소외됐던 자동차, 정보기술(IT), 증권주 등도 랠리에 동참하고 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의 연간 순이익 증가율은 올해 5%, 내년에는 15%에 이를 것”이라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조선, 기계 등의 업종뿐 아니라 최근엔 증권, 보험, 자동차부품 등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단기 급등에 대한 조정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 센터장은 “7월 초 발표될 국내 기업의 2분기(4∼6월)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증시가 단기 과열양상을 보이는 만큼 6월 말∼7월 초엔 단기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외국인들은 1조7526억 원어치를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입을 뺀 것)한 데다 개인들의 외상거래(미수금+신용융자)는 지난해 말 1조3897억 원에서 이달 11일 5조9657억 원으로 급증한 것도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주식형 펀드에 들어오는 뭉칫돈은 거치식 자금이 많아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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