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전벽해(葡田碧海)’.
포도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 대전 동쪽 끝에 위치한 판암동은 본래 포도로 유명했다. 식장산과 주변 야산의 경사가 포도농사에 적합하기 때문. 하지만 20년 전부터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8000가구나 입주해 있다. 2만6000명의 주민 가운데 이제 포도농사를 짓는 사람은 30가구에 불과하다.
원래 이 마을에는 널빤지로 만든 다리가 있어서 조선시대 초기에는 ‘너더리 마을’ 또는 ‘판교(板橋)’라 불렸으나 언젠가부터 ‘바위 암(岩)’자가 붙어 판암(板岩)으로 바뀌었다.
대전지하철 1호선 첫 번째 역인 판암역. 대전과 충북 옥천의 경계이기도 한 이곳은 최근 지하철 개통으로 개발 붐이 일고 있다. 대형 쇼핑센터와 영화관 등 상업시설이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가족 피크닉 명소 ‘판암공원’=지하철 판암역 3번 출구 근처의 판암공원은 이 동네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1934년 대전 최초의 정수장으로 조성됐으나 1980년 대 월평, 송촌 정수장이 생기면서 기능을 상실해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2300평 규모의 아담한 봉우리지만 벚나무 소나무 플라타너스 낙엽송 등이 우거져 있다. 지하철로 접근이 쉽고 나무식탁과 의자, 잔디밭, 정자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의 반나절 소풍 코스로 제격이다.
공원에서 10분쯤 용운동 쪽으로 걸어가면 쌍청회관이 있다. 대전의 대표적 성씨인 은진 송씨 대종중이 후손의 예절교육과 전통예식을 위해 조선시대 건축양식으로 지은 것이지만 일반인도 예식과 야외파티가 가능하다. 042-255-8408
▽어머니의 손맛, 보리밥=판암역 3번 출구 근처 순대촌에는 60대 아주머니들의 ‘순대 경쟁’이 치열하다. 바로 ‘부여순대’(042-282-3091)와 ‘금산인삼순대’(042-285-3590)로 이들 식당을 운영하는 동갑내기 두 아주머니의 고향도 각각 부여와 금산이다.
마늘과 고추, 대파 흰 부분을 엄지손톱 만하게 썰어 새우젓에 버무린 양념장이 순댓국 맛의 포인트. 부여순대가 먼저 개업했으나 맛의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는 평.
길 건너편에 있는 가마솥순대해장국(042-271-0117)과 멧돌숨두부(042-272-8835)도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하다.
동네 사정에 밝은 판암동사무소 직원들은 미리내아파트 뒤편 ‘동서회관’(042-284-5825)과 판암면옥(042-284-4850)도 가볼 만하다고 귀띔한다.
판암역 1번 출구에서 840번 시내버스를 타고 식장산 세천공원 입구에 도착하면 시골 어머님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시인과 보리밥’(042-273-1477). 이름 그대로 시인인 주인 홍경자(64·여) 씨가 보리밥을 파는 곳이다.
청국장 콩은 충북 충주시 용현마을에서 재배된 100% 국산이고 보리밥에 넣는 미나리 열무 콩나물 깻잎도 주변 텃밭에서 홍 씨가 직접 수확한 것이다.
▽고층 쇼핑센터 눈앞에=부동산 시행사인 ‘하나솔기’(대표 김영수)는 역 주변 4만1000평을 개발하기 위해 현재 토지 보상을 마치고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판암, 용운, 신흥, 가오동과 옥천지역 주민을 겨냥해 20층 규모의 쌍둥이 쇼핑센터와 아파트 1400여 채를 2010년까지 건립하겠다는 것.
이 사업이 계획대로 완료되면 판암역 주변은 하나의 도심 생활권으로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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