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를 세계에 알린 그가 귀국할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대전 자택 근처의 유성CC.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여기서 공짜로 라운드를 하며 골프 스타의 꿈을 키웠다.
당시 이 골프장을 이끌던 강민구(81) 유성CC 명예회장이 골프 유망주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 준 덕분. 강 명예회장은 박세리와 장정(기업은행)을 비롯한 꿈나무들에게 “너희 집 앞마당처럼 생각하고 언제든지 와서 놀아라”며 격려했다. 아버지가 승합차에서 끓여 주는 라면을 먹어 가며 운동했던 박세리는 “유성 골프장은 포근한 어머니 품 같았다. 쉬는 시간에도 골프장 주변 잔디에서 그립을 쥐면서 놀았다”고 회고했다.
강 명예회장은 20년 넘게 연고지 대전 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에 골프장을 무료로 개방해 필드 경험을 쌓게 했다. 2000년부터는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유성CC에서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대회는 21일 막을 내렸다.
박세리, 장정을 비롯해 올 시즌 일본투어에서 3연승을 기록한 전미정, 김주연, 이미나, 문수영, 홍진주, 김진호, 최진호, 허미정 등 ‘유성 장학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2대에 걸쳐 주니어 골프에 애정을 쏟는 이들 부자는 “뭐 특별히 잘한 일도 아닌데…. 선수들이 열심히 한 덕분이다. 그들이 나중에 인사라도 한번 올 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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