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된 중고차는 수지가 맞지 않아 받아 주기 힘들다’는 게 보험사 측의 인수 거절 이유였다.
손보사들이 최근 보험계약 기준을 강화하면서 10년 이상 된 중고차, 보상비가 높은 고가(高價) 수입차 등의 보험 가입을 제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중고차, 고가 수입차 보험 안 받아
본보가 입수한 국내 한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 인수지침’에 따르면 회사 측이 보험설계사들에게 손해율이 높은 일부 차종에 대해 보험 가입을 받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인수지침에 따르면 △10년 이상 된 중고차 △5년 이상 된 수입차 △국산 스포츠카 등에 대해 자차 보험계약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제한이라고 표현돼 있지만 사실상 받지 말라는 지침이다.
또 △포르셰 등 수입 스포츠카나 2억 원 이상 고가 차량 △경찰 차량 △영업용 및 건설 기계 등에 대해서는 종합보험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아우디코리아가 이달 초 선보인 뉴아우디TT의 경우 등록된 14대 모두가 자차 보험을 들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는 일부 손보사들이 1억 원 미만 스포츠카에 한해 선별적으로 보험을 받아 줬지만 올해는 모든 스포츠카를 받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부 우량 고객의 경우 위험 물건에 대해 자체 심의를 거쳐 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인수지침이 강화돼 최근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이는 다른 손보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 “보험료 꼬박꼬박 낸 무사고 운전자 피해”
이처럼 손보사들이 일부 자동차보험에 대해 보험 인수를 꺼리는 이유는 이들 차량이 거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상비가 더 많아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손보사들의 누적적자가 2조 원을 넘어서는 등 영업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손해 보는 자동차에 대한 인수 거절 방침이 더욱 강해졌다.
손보사들은 이런 ‘위험물건’을 공동물건 형태로 제한적으로 받아 주기는 한다.
공동물건이란 보험사 10곳이 보험료를 나눠 갖는 대신 보상도 함께 해 주는 제도로 보험료가 15% 할증된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공동물건조차도 자차나 자손 보험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현재 10년 이상 된 중고차는 전체 차량 중 28%에 이르지만 이들 중 40%는 종합보험 서비스를 못 받고 있다”며 “보험료 꼬박꼬박 잘 내며 차를 오래 탄 무사고 운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정태윤 보험개발원 상품팀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손해율이 높아 보험계약을 거부당한 차를 정부가 특정 보험사에 강제 배정하되 보험료를 두 배 이상 올려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와 보험사들도 위험 물건에 대한 인수 기준을 공동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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