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선언한 무대는 24일 막을 내린 파리 에어쇼. 일주일간 진행된 전시회에서 에어버스는 425대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수백 억 달러어치로, 지난해 초대형 여객기 A380의 실패로 추락했던 위상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규모다.
에어버스는 보잉과의 자존심 싸움에서도 이겼다. 중대형 여객기 시장을 주도하던 보잉의 787 ‘드림라이너’는 이번 쇼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간 주문 대수 기준으로 A350은 626대로 787의 510대를 앞섰다. 파리 에어쇼가 열리기 전만 해도 A350은 787에 크게 뒤진 상태였다.
이번 쇼는 에어버스 역사상 최고 수주를 올린 에어쇼로 기록됐다.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루이 갈루아가 “에어버스가 완전히 돌아왔다”며 재기를 선언할 정도로 경영진도 만족을 표시했다.
하지만 에어버스의 앞길에는 여전히 구름이 끼어 있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우선 A380 인도 지연에 따른 재정 악화 상태가 여전하다. 이번 쇼에서도 A380 주문은 3대에 그쳤다.
예고된 구조조정도 쉽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버스는 재정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 내 전체 공장에서 1만 명을 해고할 계획이지만 프랑스, 독일의 노조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 달 1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에어버스 공장이 있는 툴루즈에서 열 계획이다. 두 정상이 에어버스 노조를 어떻게 어르고 달랠지가 관심사다.
한편 이번 에어쇼는 연 방문객 30만 명, 총계약금액 1000억 달러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에어쇼로 꼽혔다. 주최 측이 올해를 ‘수확의 해’로 부를 정도다.
항공업계의 강자를 노리는 신진 세력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번 에어쇼의 특징. 전투기로 유명한 러시아의 수호이는 신형 민항기 ‘슈퍼제트-100’을 출품해 첫 해외 수주를 따내는 개가를 올렸다. 대형 상업용 항공기를 만들어 에어버스, 보잉과 경쟁하려는 중국은 에어버스의 유럽 내 6개 공장을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이번 에어쇼 기간에 분명히 밝혔다.
금동근 파리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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