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유럽상공인협회 러시아지부 통계에 따르면 점유율 1위를 기록해 왔던 현대차는 지난해 말 2위로 밀린 데 이어 지난달에는 5위로 떨어졌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추락은 파업에 따른 공급 부족 탓”이라며 “파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점유율을 갉아먹는 독약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세 시장에 찬물 부은 노사분규=현대차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러시아에서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1분기(1∼3월) 점유율이 4위로 내려갔다가 5월에는 5위로 내려 앉았다.
자동차시장 조사 전문가인 표트르 미시흐 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러시아 시장에서 현대차가 선두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파업에 따른 만성적인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러시아의 수입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늘었다. 포드와 GM 등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재고 상품을 러시아 시장에 쏟아 부으며 물량 공세를 폈고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 자동차도 공급 물량을 최고 1.5배 이상 늘렸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풍부한 물량과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때 현대차 모스크바 판매본부는 한국 본사에다 “완성차든 부품이든 물량을 늘려 달라”고 아우성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러시아 극동 최대 물류회사로 꼽히는 페스코사의 발레리 말로바츠키 사장은 “자동차 파업 여파로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운송되던 현대차가 올 상반기는 평소의 10%로 줄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공급 물량의 절반을 대는 타간로크 조립공장도 파업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공장은 파업 사태 이후 한국에서 엔진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올해 상반기에도 일부 생산 라인이 멈췄다.
▽순위 회복 난망=올가 드미트리예브나 러시아 수입차판매협회 분석팀장은 “파업으로 한번 선두를 뺏긴 현대차는 앞으로 2년 안에 상위권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2005년까지 베스트셀러 자동차였던 현대 엑센트가 올해 단일 차종 판매에서 9위로 밀려난 것을 지적하며 “글로벌 경쟁이 격화된 시장에서 단 한 번의 파업도 치명타가 된다는 점을 보여 줬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러시아 3대 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수입차를 판매하는 마가데예프 불라트 씨는 “현대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다 지쳐 조금 더 비싼 일본차를 선택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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