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풀어보는 경제]지적 재산권

  • 입력 2007년 6월 27일 03시 00분


■ 문제

(가)자연이 만든 것 중에 배타적 재산권과 가장 친하지 않은 것이 관념이라 불리는 사고력의 작용이다. 개인이 혼자서 간직하는 한 그것은 배타적 소유지만, 밖으로 내뱉는 순간 모든 사람의 소유가 되고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관념의 또 다른 특징은 모두가 전부를 가지기에 아무도 적게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가 내 관념을 전달받았다고 해서 내 것이 줄지는 않는다. 내 등잔의 심지에서 누가 불을 붙여갔더라도 내 등잔불은 여전히 빛난다. 도덕적으로 서로를 교육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온 세상으로 관념이 자유롭게 확산돼야 한다는 것, 이것은 자연이 준 특유하고 자비로운 선물이다. (중략) 본질적으로 발명은 재산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나)“더욱이 이 소중한 재산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연방의회가 지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사적 소유권에 준해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극장 상영을 마친 우리의 재산은 이 무허가 기기(비디오테이프 레코더)에 의해 재산적 가치가 완전히 잠식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신봉하는 핵심 원리가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소유할 수 없다면, 당신의 소유물이 보호받을 수 없다면, 그것은 당신이 소유한 게 아닙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도, 이 업계의 어느 누구에게도 다 해당됩니다. 가치 있는 것 중에 공짜란 없습니다. (중략)”

■ 해설

동국대는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에서 ‘지적 재산권’을 주제로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의 ‘아이작 맥퍼슨에게 보내는 서간문’(가)과 전미(全美)영화협회 회장인 잭 발렌티의 ‘미 연방하원 청문회에서의 증언’(나)을 제공하고, 두 글의 상반된 관점에 대해 서술토록 했다.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이란 새로운 물건의 발명, 새로운 아이디어의 구현, 저작물 등 인간의 지적 노력으로 만들어진 생산물과 관련된 소유권을 뜻한다.

하지만 지적 생산물은 제퍼슨이 하나의 관념이라고 말했듯이 일단 표현되면 △누구에게도 사용을 배제할 수 없는 비(非)배재성과 △누가 사용했다고 해서 남겨진 양이 줄지 않는 비(非)경합성을 지닌다.

제퍼슨은 철학적 관점에서 지적 재산권의 행사를 가급적 제한해 관념이 무한히 확산되고, 문화가 무궁히 발전하는 사회를 갈망했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지적 생산물의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은 공공재의 성격을 갖기에 ‘시장 실패’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상당한 비용을 들여 만들어낸 지적 생산물을 다른 사람이 별 비용을 내지 않고 쉽게 복제해 또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다면 아무도 어렵게 지적 생산물을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즉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 시장 실패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정부는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해 지적 생산물을 직접 만들거나, 공급자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는 방법으로 생산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또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 비배재성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하나의 대응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발렌티의 주장처럼 정부가 지적 재산권을 부여해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주면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적 생산물은 공공재적인 성격을 지니는 만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이를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적 재산권 제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진하려는 목표와 많은 사람이 이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효율성 사이에 적절한 조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한경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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