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A사가 만든 2002년식 차종에 결함이 있어 리콜을 합니다. 일정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할 예정입니다.”
이런, 바로 제가 몰고 있던 자동차였습니다. 리콜제도 도입에 직접 참여했으면서도, 제 차가 리콜 대상이라니 놀랍더군요. 또 자동차에 결함이 있다니 아주 찜찜하면서도, 제조업체 측에서 기꺼이 ‘사후약방문’이라도 붙여주겠다니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소비자에게는 참 살기 좋아진 세상이다 싶었습니다.
리콜 관련 뉴스를 접한 뒤론 갑자기 차가 멈출 것 같기도 하고, 영 운전하기가 겁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몇 주 뒤에야 겨우 짬을 내 지정 수리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센터의 관리자에게 물었지요.
“얼마 전에 뉴스에서 이 차종이 리콜 대상이라고 하더군요. 뭔가 교환해야 한다고 하던데….”
“아, 그래요? 저희는 아직 본사에서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어, 이상하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아마 그런 명령이 수리센터까지 내려오려면 시간이 걸리나 보네요. 교환할 부품이 도착하면 꼭 제게 연락을 주세요. 길에서 서기라도 하면 어떡합니까.”
몇 차례 다짐을 받은 뒤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후 수리센터에 갈 때마다 몇 번을 다시 물었지만, 늘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차를 팔았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아무 연락도 받은 바 없습니다.
리콜제도란 안전상의 결함이 있는 제품을 출시 후 또는 유통 후에 발견했을 때,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결함 있는 제품을 수거해 소비자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소비자 안전 보호 제도’입니다.
또 이 제도가 효과를 내려면 출시 후 상품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며,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소비자에게 알려 최대한 회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제 경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리콜제도는 도입했지만, 정착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구입자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동차라는 제품에서도!
그런데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자동차 할부금은 한 달이라도 밀리면 이자에, 경고 전화에, 압류에, 난리가 나는데 어떻게 안전에 치명적인 결함 정보는 제대로, 아니 절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걸까요?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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