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배기 딸 둔 주부 ‘신의 직장’ 문을 열다

  • 입력 2007년 6월 27일 03시 01분


세 살 난 딸을 둔 30대 주부 엔지니어가 ‘신(神)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전력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고우열(31·사진) 씨.

고 씨는 4월 치러진 한전 상반기 공채에서 26.4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49명의 여성 합격자 가운데 최고령이다.

“8년 만에 제 꿈을 이뤘습니다.”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열린 신입사원 입사식에서 만난 그의 밝은 표정에서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대전 한밭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고 씨는 한전 입사를 꿈꿨다. 하지만 외환위기의 여파로 그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인 1999년 한전이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꿈을 미뤄야 했다. 대신 외국계 기업에 취직했다.

“더 늦으면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지난해 7월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집안일을 꾸리면서 젊은 대학생과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한전 입사시험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학생들처럼 또래들과 어울려 취업 공부를 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택한 방법은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합격생의 글을 읽고 한전 입사전형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또 인터넷으로 영어나 전기공학 자격증 강의를 수강하며 토익과 전공 필기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대전의 친정으로 이사해 가사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며 “아이를 틈틈이 돌봐 준 친정어머니와 매일 대전에서 수원까지 출퇴근하는 고생을 묵묵히 참아 준 남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2004년에는 학력 제한을, 2005년에는 연령 제한을 폐지한 바 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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