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를 내놓기 전 도요타 미국 법인은 일본 본사에 덩치가 크고 주행 성능이 부드러운 차를 요구했고, 그렇게 탄생한 캠리는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가 되었다고 신문은 평가했습니다.
1992년 말 미국 시장에 선보인 캠리는 여러 차례 판매 1위에 오르며 지금도 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죠.
그러나 캠리의 의미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동차는 기계이기 때문에 적당히 고장이 나고 정비를 해 가며 타야 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캠리는 10만 마일(16만 km)을 주행해도 소모품만 제때 갈아 주면 별 탈 없이 잘 달렸습니다.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는 자동차가 하루라도 없으면 다닐 수 없고 정비 비용이 살인적인 미국에서 ‘고장이 나지 않는 자동차’는 혁명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게다가 승차감과 연료소비효율이 좋을 뿐만 아니라 조용하고 값도 싸고, 공간도 넉넉합니다.
캠리는 자동차 품질에 대한 미국인의 상식을 확 바꿔 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역할도 했고요.
USA투데이는 캠리뿐만 아니라 프리우스(3위), 렉서스 LS400(7위), RAV4(10위) 등 도요타에서 만든 네 가지 차종을 10위권에 올려놓았습니다.
이처럼 ‘가공할’ 능력을 지닌 캠리를 비롯한 도요타의 차종은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2009년 안에 한국에 상륙할 것으로 자동차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관세와 수입차 시장 규모 때문에 당장은 미국에서와 같은 캠리 효과를 일으키기 힘들겠지만 가격 차가 15% 이내로 줄어든다면 어찌될지 모를 일이죠.
더구나 지금처럼 자동차 노조의 정치파업에다 현대자동차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말입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울산이 디트로이트처럼 되지 않으려면 자동차 노조와 회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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