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가전사업 이영하사장 “대학교육도 ‘기업맞춤형’으로”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1분


경남 창원시에 있는 LG전자 가전(DA)사업본부의 에어컨 생산라인.
경남 창원시에 있는 LG전자 가전(DA)사업본부의 에어컨 생산라인.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관련해)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가장 아쉽습니다. 대졸 신입사원이 회사가 필요한 수준의 생산성을 보이는 데에는 약 1년의 재교육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LG전자 내에서 ‘혁신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가전(DA)사업본부의 이영하 사장이 털어놓은 아쉬움이다.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동 DA사업본부의 집무실에서 만난 이 사장은 “이런 재교육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 대학들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산업 현장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DA사업본부의 신입사원은 입사 3주 전부터 3차원컴퓨터디자인(3D CAD), 마케팅, 회계 등의 사전교육을 받고 1년 동안 제품개발 프로세스 같은 기본 필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창원 공장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쏟아 붓는 정성과 노력은 남다르다. 이 사장은 “1989년 3개월간 회사 문을 닫을 정도로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뒤 ‘정신 차리고 끊임없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인식이 임직원들의 뼛속까지 사무쳐 있다”고 말했다.

한국 가전산업 위기론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LG전자 DA사업본부가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몇년째 유지하고 1분기(1∼3월)에는 12%의 이익률을 이룬 배경에는 이런 절박감이 있었다.

3년간 생산성 3배 높이기(3by3) 운동 등을 꾸준히 전개하는 것도 ‘생산성을 계속 높여 해외 생산기지에 제품 한 개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창원 지역 인사들이 ‘DA사업본부도 중국으로 가느냐’고 묻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공장 전체가 혁신 체질로 탈바꿈해 환율이나 원자재 파동이 오건, 중국 업체가 쫓아오건 ‘창원 LG 가전의 경쟁력’에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사장과 인터뷰가 끝난 뒤인 오후 6시경 지난해까지 7년째 세계 1위 매출을 자랑하는 에어컨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이들 라인 중 일부는 최근 마지막 공정에서 제품 한 대가 완성되는 시간인 ‘택트 타임(tact time)’ 9초를 기록해 ‘마의 10초 벽’을 깨기도 했다.

라인 옆 휴식 공간에는 ‘고객의 소리’라고 이름 붙은 작은 스피커가 달려 있었다. LG전자 고객센터로 걸려 왔던 에어컨에 대한 불만이나 개선 의견을 점심과 저녁 시간에 1시간씩 틀어놓는다고 한다. 생산팀의 이상봉 차장은 “때론 심한 욕설도 들어 있다”며 “‘완벽하게 만들지 않으면 고객에게서 저런 소리를 듣는다’는 생산적인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공장 벽에 크게 걸려 있는 ‘지금이 최악이다’라는 혁신 문구가 달리 보였다.

창원=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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