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아웃렛이 개장한 뒤 거의 매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여주의 성공’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아웃렛을 찾는다. 하루 평균 쇼핑객 수와 경제효과, 지자체의 역할 등이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신세계첼시 아웃렛은 여주의 오랜 비원을 해결한 ‘쾌거’로 표현된다. 1987년 KCC 공장이 들어선 이후 20년 만에 이뤄진 기업 유치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정을 들어 애를 먹인 건설교통부의 견제를 뚫고 성사시킨 유치라 실무자들의 감회는 더욱 각별하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아웃렛을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당장 인근 식당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진입로 변에 있는 아파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분양률이 3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미분양 물량이 모두 팔렸다. 아웃렛에 입점한 업체들이 직원용 숙소 확보에 나서면서 전세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국내 브랜드가 해외의 유명 브랜드와 당당히 맞서면서 자신감을 갖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 입점 초기에는 국산이 버버리, 구찌, 페라가모 등 외국산에 치일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국내 브랜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빈폴은 120개의 브랜드 중 매출 순위가 상위 10걸에 들었고 솔리드 옴므, 수콤마보니 등 한국 디자이너의 제품도 잘 팔렸다.
이 같은 경제효과 못지않게 개인적으로 아웃렛에 기대하는 것은 이른바 ‘명품 신화’의 추방이다. 명품 할인점을 표방하는 매장이기에 역설적으로 명품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신세계첼시 아웃렛은 ‘값비싼 명품’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25∼65%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아웃렛에서 팔리는 물건은 유명 브랜드 제품일 뿐이지 진정한 의미의 명품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럭셔리 구즈(Luxury Goods)’, 일본에서는 ‘브랜드 제품’으로 불리는 물건이 한국에서만 명품으로 둔갑했다.
신세계첼시 측이 매장 명칭에서 명품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은 것은 그런 점에서 양심적이다. 김용주 사장은 “일류 브랜드나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유명 브랜드 제품의 가격 거품이 심한 대표적인 나라다.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는 경로가 정착되면 비합리적인 가격 거품이 줄어들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구매층이 넓어져 브랜드 제품의 대중화가 이뤄지면 ‘명품’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완화될 수 있다.
여주 아웃렛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시간을 두고 과학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건설교통부 공무원들이 아웃렛을 견학하면 누구보다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세계첼시 아웃렛은 현장 행정과 탁상 행정의 결과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장이다.
박원재 특집팀 차장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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