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렉서스’ 심장부 日도요타 다하라공장을 가다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1분


28일 일본 아이치 현 도요타 다하라 공장에서 출고를 앞둔 렉서스 차량의 검사 공정이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는 결함 없는 자동차 생산을 위해 3000개의 검사 항목을 정해 꼼꼼히 점검한다. 렉서스는 일반 차량보다 검사 항목이 1000개 더 많은 4000개다. 아이치=천광암  특파원
28일 일본 아이치 현 도요타 다하라 공장에서 출고를 앞둔 렉서스 차량의 검사 공정이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는 결함 없는 자동차 생산을 위해 3000개의 검사 항목을 정해 꼼꼼히 점검한다. 렉서스는 일반 차량보다 검사 항목이 1000개 더 많은 4000개다. 아이치=천광암 특파원
“기술보다 사람” 노사 신뢰로 벤츠 추월

거센 바닷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대는 일본 아이치(愛知) 현 아쓰미(渥美) 반도.

황량한 매립지 한쪽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업계 왕좌에 등극한 도요타자동차의 다하라(田原)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5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인 도쿄돔 180개를 합쳐 놓은 넓이다.

전 세계 64개에 이르는 도요타의 공장 중에서도 다하라 공장의 위상은 각별하다. BMW와 벤츠 같은 유서 깊은 명차를 제치고 미국의 고급차 시장을 석권한 ‘렉서스’의 발상지이자 최대 생산기지이기 때문.

○ 렉서스 신화의 심장부

엔진을 만드는 제2기계공장 안. 보닛을 열어젖힌 ‘LS 460’(렉서스의 간판 모델)의 엔진 위에는 작은 칵테일 잔이 놓여 있었다. 잔 속의 분홍색 액체는 공장 안의 기계소리에 반응하듯 조금씩 출렁거렸다. 잠시 후 공장 직원이 차에 시동을 걸었지만 칵테일의 출렁거림에는 거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곳 담당자는 “완벽한 엔진을 만들기 위해 ‘클린룸’ 상태에서 일부 공정을 진행한다. 엔진이 도쿄돔 크기라고 생각할 경우 골프공만 한 먼지도 허용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끝없는 검사와 확인

다하라 공장 방문객들이 무엇보다 혀를 내두르는 부분은 삼중 사중의 검사과정.

조립공정을 마친 LS 자동차가 검사 공정에 들어오자 특수카메라가 장착된 로봇이 차체 전체를 훑으며 순식간에 1300장의 사진을 찍어 컴퓨터로 전송했다. 이 사진을 토대로 컴퓨터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흠이 있는지를 자동으로 확인한다.

렉서스의 검사 공정에는 100명이 상주하며 4000개 항목을 꼼꼼히 체크한다. 통상의 도요타 공장은 50명 정도가 3000개 항목을 검사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렉서스의 경우는 이 단계가 끝이 아니었다. 공장 안에 있는 시험 주행 코스에서는 경력 30년의 야나기바시 도시히사(柳橋利久·51) 씨가 동료들과 함께 검사 공정을 마치고 나온 렉서스를 직접 운전하며 이상이 없는지를 점검했다. 모든 차를 20분가량 직접 운전하며 승차감과 소음 등 65개의 감성 항목이 정상이라고 판단됐을 때 비로소 선적 준비에 들어간다.

○ 장인정신이 없는 첨단기술은 무용지물

다하라 공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대부분의 공정에 로봇을 배치하며 자동화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 왔다. 그러나 첨단 장비만으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서 교훈을 얻어 2005년 8월부터 시작한 것이 ‘렉서스 장인’ 제도. 다하라 공장에는 최고의 솜씨를 자랑하는 10명의 기능사와 이를 보좌하는 40명의 기능사보가 있다.

모든 직원은 4개월에 한 번씩 이들에게서 기능 테스트를 받은 뒤 수준에 따라 1, 2, 3급 자격을 부여받는다. 강등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훈련시설이 갖춰진 ‘도장’을 수시로 찾아 기량을 갈고 닦아야 한다.

○ 상생하는 노사관계

다하라 공장은 문을 연 1979년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파업을 겪은 적이 없다. 이는 1951년 이후 지어진 일본 내 어느 도요타 공장이나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1950년 8일 연속 24시간 파업을 하는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회사가 존망의 기로에 놓인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대립과 투쟁이 근로자를 위해서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낀 노조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을 새 노선으로 채택했다.

회사 측도 1962년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노사 관계를 쌓아 올린다’는 취지의 노사선언을 발표했다.

현 노조는 “노사선언은 도요타 노사 관계의 정신을 관통하는 역사적인 문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이치=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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